서울에 사는 40대 여성 권모씨는 지난달 2일 명품 해외구매대행 전문 카페에서 700만원짜리 가방을 주문하려다 사기를 당했다. 거래대금으로 200만원만 선입금했는데 이후 해외구매대행업자를 사칭한 A씨가 연락 두절된 것이다.
A씨는 권씨가 가방 견적을 묻는 게시글에 댓글을 단 것을 보고 쪽지를 보내 접근했다. 이후 익명의 오픈채팅방으로 초대해 상담해주는 척하면서 권씨의 개인정보를 빼내고 입금을 유도했다.
권씨는 2일 “카페 우수회원의 아이디와 A씨의 아이디가 너무 유사해서 의심할 수 없었다”며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A씨는 카페 우수회원 아이디의 앞부분과 프로필 사진만 일치하는 계정을 만들어 활동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카페 운영지침상 회원 아이디의 첫 4글자만 노출되고 나머지는 ‘별표(*)’로 표기되는 것을 악용한 것이다. 띄어쓰기를 이용해 교묘하게 사칭하는 사례도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해외구매대행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해외구매대행 전문 카페의 운영진이나 우수회원은 물론 해외 현지 거래업체까지 사칭해 돈을 빼돌리는 방식이다.
또 다른 명품 해외구매대행 카페를 이용하는 30대 여성 이모씨도 지난 6월 비슷한 방식으로 사기를 당했다. 코로나19로 상품 배송이 느려진다는 통보를 받고 입금 후 한 달을 기다렸지만 물건은 오지 않았다. 자신을 해외구매대행업체 직원이라고 속인 B씨는 이씨에게 “(입금이 늦어지면) 그새 나갈 수 있어서 확인좀요” “(현지 구매대행사에) 재고 1개만 빼달라고 부탁해서 겨우 하나 빼두었어요”라며 이씨에게 입금을 재촉했다.
이씨도 선입금한 100만원을 그대로 잃었다. 그는 “코로나19로 3주 정도 배송을 기다려야 한다길래 그 말만 믿고 한 달 가까이 기다렸다. 하지만 물건은 안 오고 해당 채팅방도 폐쇄된 상태”라고 했다.
카페 운영진들도 서둘러 회원들에게 사칭 주의 공지를 내걸고 제보된 사기 대포통장 계좌번호를 전부 공개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카페 운영진인 김모(30)씨는 “새 대포통장 계좌가 계속 등장해 사후에 블랙리스트를 관리하는 꼴이라 피해 방지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또 “거래 대상이 명품이다보니 다른 카페 운영자들의 제보까지 합치면 이미 수천만원대의 사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기 피해 정보공유 사이트 ‘더치트’에서 이씨가 입금한 대포통장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신고된 수백만원대 피해 사례만 10건에 이른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5월 29일부터 6월 8일까지 최근 1년 이내 온라인 해외직구 거래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해외직구로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58명(11.6%)으로 집계됐다.
결국 피해 방지를 위해선 소비자 스스로 의심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지나치게 싼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거나, 사업자의 연락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경우 정확한 이용 후기 검색을 통해 피해 사례가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사기를 당한 정황이 포착되면 관련 자료를 모아 국제거래 소비자포털(crossborder.kca.go.kr)에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라”고 덧붙였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