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루키’ 유해란(19)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시즌 첫 승을 ‘와이어 투 와이어’로 달성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인비(32)와 여자골프 랭킹 1위 고진영(25) 같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 틈에서 나흘 내내 선두를 질주해 우승 상금 1억6000만원을 거머쥐었다.
유해란은 2일 제주 세인트포 골프앤리조트(파72·6500야드)에서 열린 2020시즌 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는 23언더파 265타. 단독 2위 이정은6(24)의 최종 합계 20언더파 268타를 3타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유해란이 나흘간 25개의 버디를 잡으면서 범한 보기는 단 2개뿐이다. 2라운드 11번 홀과 4라운드 13번 홀(이상 파4)에서였다. 모두 홀컵 30㎝ 앞에 공이 멈춰 파를 놓쳤다. 이 두 번의 파 퍼트가 모두 성공했으면 유해란은 ‘노보기’ 우승도 가능했다. 그만큼 유해란은 샷은 힘이 넘쳤다. 여기에 선배들의 추격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강인한 정신력까지 발휘했다.
유해란과 ‘챔피언 조’에서 우승을 경쟁한 이정은6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쓸어 담고 역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유해란은 담담하게 이정은6의 추격을 뿌리쳤다. 시종일관 여유가 넘쳤던 유해란이지만, 17번 홀(파4)에서 10m짜리 버디 퍼트를 낚고 사실상 우승을 확정했을 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유해란은 지난해 5월 KLPGA 투어로 입회해 올해 프로로 입문한 신인이다. 잠재력은 이미 아마추어 시절에 확인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골프 단체전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의 은메달을 합작했고, 지난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아마추어 초청 선수로 출전해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제주삼다수 마스터스는 유해란에게 아마추어 시절 마지막이자 프로 시절 첫 번째 우승을 안긴 대회가 됐다.
유해란에 앞서 아마추어 마지막 시즌에 우승한 대회를 루키 시즌에 다시 정복한 KLPGA 투어 선수는 1996년에 프로로 입문한 박세리·김미현(이상 43세), 2004년에 데뷔한 송보배(34)뿐이다. 유해란은 이번 우승으로 2연패를 달성했고, 프로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이 모든 업적을 와이어 투 와이어로 달성했다. 올 시즌 신인왕 경쟁에서도 유력 주자로 떠올랐다. 이번 우승으로 270점을 추가한 유해란의 신인상 포인트는 1055점으로 늘어났다. 유일하게 1000점대로 진입해 후발 주자들과의 간격을 벌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5개월을 쉬고 필드로 돌아온 박인비는 최종 합계 11언더파 공동 15위, 고진영은 10언더파 공동 20위로 각각 완주했다. ‘필드의 패션왕’ 유현주(26)는 8언더파 공동 25위에 올라 올 시즌 최고 성적을 냈다.
제주=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