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연주자들의 ‘바흐’…‘바흐의 아침’ 9일 개막

입력 2020-08-02 15:37 수정 2020-08-02 16:17
'바흐의 아침' 포스터. 영아티스트포럼앤페스티벌 제공


신예 현악기 연주자들의 바흐 무반주 작품 연주를 한자리에서 만나보는 공연이 마련됐다. 오는 9일 오후 12시에 열리는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바흐의 아침’이다. 2020 영아티스트포럼앤페스티벌 ‘현악본색’의 첫번째 프로그램으로 준비된 ‘바흐의 아침’에는 젊고 재능있는 차세대 현악 연주자들이 연이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먼저 2019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한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이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을 연주한다. 노부스 콰르텟 멤버를 역임하고 지휘자로도 활동 중인 비올리스트 이승원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을 비올라로 들려준다. 이어 2015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5위에 입상한 강승민이 ‘무반주 첼로 모음곡 3번’을 연주한다. 이와 함께 바흐가 건반악기를 위해 작곡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드미트리 시트코베츠키가, 바이올린·비올라·첼로 편성으로 편곡한 곡을 김동현·이승원·강승민이 함께 연주한다.

이들이 공연에서 선보이는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파르티타’와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300년 전인 1720년 전후로 바흐가 쾨텐 궁정 악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작곡됐다. 작곡 당시 연주되다 사람들에게서 잊혀졌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파르티타’는 19세기 후반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요제프 요하임에 의해 재조명되면서 활발히 연주되기 시작했다. 특히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완전히 잠들었다가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가 1889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고서점에서 악보를 발견한 이후 화려하게 부활했다.

재능 있는 신예 연주자들에게도 무반주 연주는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은 “바흐의 음악은 연주자의 역량이 낱낱이 드러나는 음악이기 때문에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같은 작곡가의 곡을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차례로 들어보는 특별한 기회”라며 “‘이래서 바흐가 이 선율을 바이올린을 위한 곡으로 선택했구나’하며 관객들이 고객을 끄덕일 수 있는 연주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첼리스트 강승민은 “바흐의 음악은 때묻지 않은 자연이다. 가장 깨끗한 물을 담아내기 위해 내가 섞었던 물을 다 따라내 깨끗한 그릇 상태로 되돌리는 과정을 거친 후 거기에 음악을 담아내려 한디”고 했다. 비올리스트 이승원은 “몸과 마음이 힘들거나 마음을 다잡을 때, 바흐의 음악이 필요하다. 현대악기로 연주하지만, 바흐 시대의 교회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사운드를 전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공연이 특히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연주자들의 말 곳곳에서 프로그램에 기울인 노력이 묻어나서다. “원래 악기 구성과는 다르게 연주되기 때문에 신선할 것 같습니다. 수많은 바리에이션으로 구성된 곡인 만큼 구조가 명확히 보이는 연주를 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김동현) “깊은 화성의 울림이 있는 바로크 시대의 사운드를 재현하고픈 마음입니다. 프렐류드와 5가지 춤곡들이 합쳐진 모음곡에서 악장 마다 특징을 살려 전달하려고 해요.”(이승원) “원곡이 갖고 있는 피아노의 느낌을 살려 해석해 보려 합니다. 첫 아리아를 들었을 때 피아노에서 음과 음 사이의 공간의 여백과 여운이 확 와닿더군요.”(강승민)

‘바흐의 아침’에 이어서는 같은 날 오후 3시30분 ‘2018 윤이상 첼로 콩쿠르 우승자 이정현 첼로 리사이틀’, 오후 7시30분 8명의 현악연주자들이 실내악 무대를 선보이는 ‘현악본색’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