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포함한 장기불황에도 약 40년간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한 비결은 적극적인 해외투자였다. 그 방식이 최근 대내외 상황 변화에 맞춰 달라지고 있다.
한국은행 아태경제팀 박재현 과장과 이웅 조사역은 2일 해외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일본의 해외투자자산은 증권투자를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직접투자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증권투자 등 간접투자는 선진국 중심의 투자 패턴을 큰 변화 없이 지속한 반면 직접투자는 최근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지역·업종별로 다변화되는 추세”라고 평가했다.
일본의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2010년 19.6%에서 지난해 46.4%로 늘었다. 과거에는 생산비용 절감을 위한 투자가 주를 이뤘지만 점차 신규 수요 확보를 위한 해외시장 진출이 많아졌다.
1990년대 이후 중국 중심으로 이뤄지던 아시아 지역 직접투자는 2010년 이후 아세안을 비롯한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싱가포르와 ‘아세안5국’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에 대한 투자가 전체 아시아 지역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42.5%에서 지난해 50.7%로 늘었다. 중국 직접투자 비중은 같은 기간 31.3%에서 25.2%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아세안은 2010년 이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5%로 높은 성장 가능성을 지닌 데다 일본으로서는 2008년 지역무역협정(RTA) 체결로 투자 여건이 개선된 지역이다. 일본은 2010년 중국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분쟁을 겪으면서 새로운 시장 진출에 대한 필요성도 커졌다.
일본의 해외직접투자는 제조업 중심에서 금융보험, 도소매업 등 비제조업 부문으로 확대되는 특징을 보인다. 비제조업 부문이 치열한 내수 경쟁과 향후 인구감소로 인한 시장위축 가능성에 대응해 해외로 진출한 결과로 해석됐다. 아세안 지역 투자업종을 보더라도 금융보험 비중이 19.1%로 가장 높고 자동차와 도소매가 각각 13.5%, 9.0%로 뒤를 이었다.
중소기업의 독자 진출도 활발하다. 해외직접투자 초기에는 대기업을 따라 해외로 나가던 동반 진출이 일반적이었다. 중소기업의 해외 현지법인은 2010년 2806개에서 2018년 6878개로 늘었다. 박 과장 등은 “내수시장 정체로 중소기업의 신규 수요처 확보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이어지면서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이 본격적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