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페더러가 우리 집 지붕에 있어요”

입력 2020-08-02 14:45 수정 2020-08-02 15:05
로저 페더러(가운데)가 이탈리아의 두 소녀와 함께 지붕 위 테니스 경기를 치른 뒤 미소짓고 있다. 남자프로테니스 투어 홈페이지 캡처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재활 중인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9·스위스)가 이탈리아 소녀 두 명과 함께 지붕 위에서 깜짝 테니스 경기를 벌였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공식 홈페이지는 2일(한국시간) 페더러가 이탈리아 리구라를 깜짝 방문해 건물 지붕에서 소녀 두 명과 함께 랠리를 주고받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영상을 업로드했다.

페더러와 2대 1 경기를 치른 두 명의 소녀 비토리아(13)와 카롤라(11)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이탈리아 현지에서 기승을 부린 지난 4월 자택과 옆 건물 지붕에서 테니스 랠리를 즐기는 ‘지붕 위 테니스’ 영상을 자신들의 소셜미디어에 올려 화제가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남녀 프로 테니스 대회가 모두 중단된 상황에서 이들의 영상은 ‘언제 어디서든 테니스를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줬다. ATP 투어에 따르면 당시 이들의 영상이 각종 소셜미디어 상에서 900만에 달하는 누적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영상을 보고 두 소녀를 기특하게 여긴 페더러는 지난 7월 몰래 소녀들을 찾아 함께 지붕 위 테니스를 즐기자는 이벤트를 계획했다. 페더러는 무릎 수술 이후 2020-2021 시즌 투어 일정을 마감한 뒤 회복과 재활 일정만을 소화하고 있는 상태여서 소녀들을 방문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두 소녀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로 가장한 해당 영상의 서두에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페더러다. 만약 페더러를 본다면 점프해서 그에게 안길 것 같다”고 밝힌 비토리아는 자신의 뒤쪽에 서 있는 페더러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 굳어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리곤 “페더러가 우리 집 지붕에 서있다. 기절할 것 같다”고 환호성을 짓는다.

페더러는 이들에게 인사를 건넨 뒤 바로 옆 건물 지붕으로 옮긴 두 소녀와 2대 1 이벤트 테니스 경기를 했다. 이들 뒤로는 햇살이 내리쬐는 이탈리아 리구라의 아기자기한 건물 지붕들이 배경으로 펼쳐졌다. 페더러는 경기 뒤 “지금까지 전 세계의 멋진 장소에서 수없이 많은 경기를 치렀지만 이번 경험은 내게 가장 특별했다”며 “우리는 우리가 어디서든 테니스 경기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보여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 뒤 두 소녀와 함께 식사하며 시간을 보낸 페더러는 두 소녀에게 “라파엘 나달과 이야기해 너희들을 라파엘 나달 아카데미의 여름 캠프에 초청하도록 했다”고 말하며 마지막 깜짝 선물까지 선사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