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란·이정은6·임희정, 적막에 휩싸인 티샷 2분 전

입력 2020-08-02 11:36 수정 2020-08-02 11:39
임희정·이정은6·유해란(이상 왼쪽부터)이 지난 1일 제주 세인트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2020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3라운드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KLPGA 제공

2020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챔피언 조’의 최종 4라운드 출발을 7분 앞둔 2일 오전 10시 33분 제주 세인트포 골프앤리조트(파72·6500야드) 1번 홀.

임희정(20)이 가장 먼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갔다. 우산을 펼쳐 그늘을 만든 캐디 옆에서 클럽을 점검한 뒤 티샷 지점으로 나가 몇 차례 휘두르며 몸을 풀었다. 장마전선을 비켜간 제주도는 구름을 걷어낸 하늘에서 강한 볕을 내렸다. 기상청은 세인트포 골프앤리조트의 소재지인 제주 구좌읍의 같은 시간 기온을 30도로 측정했고, 체감온도를 32도 관측했다. 무더위가 티잉 그라운드를 휘감았다.

단독 선두 유해란(19)과 단독 2위 이정은6(24)는 티잉 그라운드 앞 나무그늘 아래에서 땀을 식혔다. 유해란은 중간 합계 19언더파로 이정은6의 14언더파를 5타, 공동 3위인 임희정·장하나(28)의 13언더파를 6타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사흘 연속 선두를 질주한 유해란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10대 신인 유해란이지만, 표정은 챔피언 조 3명 중 가장 여유로웠다. 유해란은 밝은 얼굴로 캐디와 대화했고, 캐디는 이런 유해란의 어깨에 얼음주머니를 올리며 더위를 식히고 긴장을 풀어 줬다. 이정은6는 그 옆에서 비교적 긴장한 표정으로 볕을 피했다. 그동안 임희정은 스윙 연습과 클럽 점검을 반복하며 출발을 준비했다.

출발을 3분 앞둔 오전 10시37분. 유해란과 이정은6가 동시에 티잉 그라운드에 들어갔다. 이 순간에 유해란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사라졌다. 세 선수 모두 긴장한 표정. 챔피언 조의 3명 중 누군가는 세인트포 골프앤리조트의 마지막 18번 홀을 완주한 뒤 시상식장으로 들어갈지도 모른다. 지금은 유해란이 가장 유력하다.

오전 10시38분. 챔피언 조 3명이 모두 침묵한 채 378야드 떨어진 깃대를 바라봤다. 티잉 그라운드가 적막에 휩싸였다. 이때 이정은6의 클럽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로 적막을 깼다. 유해란은 티샷을 불과 1분 앞둔 오전 10시39분에 처음으로 클럽을 들고 스윙을 연습했다.

오전 10시40분. KLPGA가 유해란·이정은6·임희정으로 꾸려진 23조의 경기 시작을 선언했다. 유해란이 가장 먼저 티샷해 247.6야드를 날려 보냈고 이정은6이 바로 다음 순서에서 238.6야드, 임희정이 마지막으로 230.4야드를 각각 기록했다. 셋은 나란히 1번 홀(파4)에서 파를 세이브했다.

출전자 132명 가운데 2라운드 컷오프를 통과한 71명의 생존자 전원은 이제 최종 4라운드를 출발했다.

유해란은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아마추어 초청 선수로 출전해 깜짝 우승했던 지난해에 이어 이 대회 2연패를 달성하는 동시에 루키 시즌 마수걸이 우승을 신고하게 된다. 신인왕 경쟁에서도 크게 앞서갈 수 있다. 유해란은 신인상 포인트 785점으로 1위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던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K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이정은6, 프로 2년차에 KLPGA 랭킹(K-랭킹) 1위로 올라선 국내 강자 임희정도 시즌 첫 승을 조준하고 있다.

제주=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