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행정1부시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여당이 강행처리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전세의 월세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여론을 두고 “국민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다가온다. 전세의 월세 전환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부동산이 전 국민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 의원은 2일 페이스북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이 나쁜 현상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은 나쁜 현상이며, 임대계약기간을 기존 2년에서 2년 추가 연장하면 전세가 월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취지의 미래통합당 의원의 5분 발언이 인터넷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고 했다.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인 통합당 윤희숙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저는 임차인이다”라며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반박에 나선 것이다.
윤 의원은 “전세가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독특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전세제도는 소득 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운명을 지닌 제도다. 미국 등 선진국도 그렇다”며 “국민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다가오며, 나쁜 현상이 아니다”고 했다.
윤 의원은 또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집을 샀거나 전세를 사는 사람도 월세를 내는 것과 다름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윤 의원은 “은행의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한 사람도 대출금의 이자를 은행에 월세로 지불하는 월세입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며 “전세로 거주하는 분도 전세금의 금리에 해당하는 월세를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흐르면 개인은 기관과의 경쟁에서 지기 때문에 결국 전 국민이 기관(은행)에 월세를 지불하는 시대가 온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민주당 주도의 부동산 개혁입법이 전세가 월세로 전환될 것을 재촉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전세제도가 소멸되는 것을 아쉬워 하는 분들이 있다”며 “이분들의 의식수준이 과거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전세제도는 세입자에게 일시적 편안함을 주고, 임대자에게는 지대 추구의 기회를 주지만 큰 금액의 목돈이 필요하다”며 “목돈을 마련하지 못한 저금리 시대 서민 입장에서는 월세가 전세보다 손쉬운 주택 임차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책과 상관없이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로 전환되는 중이다. 매우 정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10억원 아파트에 5억원 대출자도 분명 월세 사는 분이다. 집주인이라고 착각할 뿐”이라며 “국민 누구나 일정금액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은행 대출 통해 월세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새로운 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2년 전세 계약하고 나면, 1년만 지나면 불안해진다. 이번에 또 이사 가야 하나 하고 걱정하면서 고지 기간인 계약만기 3개월 전이 다가오면 집주인에게 전화 올까 봐 좌불안석이 된다”며 “이번 법 개정에서 ‘2+2’로 임대계약기간이 연장된 것만 해도 마음이 놓인다고 평가하는 무주택 서민이 많으실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다주택자인 그가 부동산 월세 현상을 옹호하는 건 궤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 의원은 서울에 연립주택과 오피스텔 등 2채를 소유하고 있다. 윤 의원은 본의 명의로 서울 종로구 구기동 연립주택(3억 8600만원)과 마포구 공덕동 오피스텔(약 1억 9000만원)을 소유하는 등 총 13억 7219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그는 이미 막말로 한 차례 구설에 올랐다. 서울시 기획조정실장, 행정1부시장 등을 거친 윤 의원은 이른바 ‘박원순계’로 분류된다. 지난 총선에서 전북 정읍·고창에 출마해 당선됐다. 윤 의원은 전직 비서 A씨가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직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박원순 서울 시장 사건과 관련해 박 시장을 가리켜 “누구보다도 성인지 감수성이 높은 분”이라고 지칭한 뒤 "순수하고 자존심이 강한 분이시라 고소된 내용의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주변에 미안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평가해 논란을 빚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