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트럼프·김정은 ‘개인적 관계’ 비판”
유럽 등 동맹국들과도 긴밀한 관계 복원
중국엔 신중한 고려…트럼프 “바이든, 중국에 약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외교정책에 있어 한국과 일본의 미군 주둔을 지지하는 미국의 전통적 입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AP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통신은 이어 바이든 전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맺은 개인적 관계를 비판해왔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주한미군 감축 압력은 사그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북·미 협상도 정상 간 직접 대화보다는 실무협상을 중시하는 형식으로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AP통신은 이날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미국의 외교정책은 180도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중시하고, 대담하게 추진했던 외교적 조치들을 뒤집거나, 해체하거나 극심하게 축소할 것이라고 AP통신은 전망했다.
지역적으로는 중동·아시아·라틴 아메리카·아프리카는 물론 특히 유럽에 대해, 그리고 이슈 측면에서는 무역·테러리즘·군축·이민 등에 이르기까지, 바이든과 그 조언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 무대에서 대처했던 방식에 대해 쓰나미 같은 일대 전환을 약속했다.
가장 큰 변화는 동맹국간의 관계다. 바이든은 전통적 동맹국들과 다시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공통점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체계를 파괴하면서 동맹국들에게 직접적인 위협과 모욕을 가했던 트럼프 대통령과는 완전히 다른 자세를 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AP통신은 역사적으로 민주당과 공화당 행정부 사이에 정권 교체가 이뤄져도 미국의 외교정책은 급격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동맹과 적은 그대로 변함이 없었고, 초당파적인 외교관들은 미국의 이익을 추구했다.
그러나 이런 기본틀이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달라졌다고 AP통신은 비판했다.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우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과 외교정책 당국자들을 의심의 시선으로 바라봤다는 것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같은 적들에 대해선 따뜻한 말들을 했다고 AP통신은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공직 경험의 부족을 드러냈지만 바이든은 상원의원과 부통령을 지내 신속한 외교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있어 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달 28일 “나는 국가안보와 정보 이슈를 이해한다”면서 “그것은 내가 평생에 걸쳐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그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비판했다.
AP통신은 바이든의 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되는 수전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 전 대통령 부보좌관, 니콜라스 번즈 전 국무부 정무차관,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 등 외교안보의 호화멤버들이 바이든 선거캠프에 모여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선에 승리할 경우 대통령 취임 첫 날 트럼프 외교정책들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했다. 주로 무슬림 국가들에 대한 이민 금지, 세계보건기구(WHO) 자금 지원 중단과 탈퇴, 파리기후조약 탈퇴 등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였던 외교정책들을 뒤집겠다고 이미 밝힌 것이다.
그리고 바이든 전 부통령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주요 정상들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돌아왔다”고 밝히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다만, 바이든 전 부통령 입장에서 중국 문제는 보다 신중한 고려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중국에 약하다”는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중국 때리기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 행정부는 큰 소리로 떠들지만,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현재까지 밝힌 외교정책을 지역적으로 살펴볼 경우 중동 문제에 있어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끊었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지원들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질책하고 모욕을 줬던 언행에서 탈피해 나토 회원국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려고 애쓸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의 경쟁으로 새로운 전장이 된 아프리카에서는 미국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한국에 대한 미군 주둔을 지지하는 전통적 입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AP통신은 전망했다. 이어 바이든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맺은 개인적 관계를 비판해왔다고 덧붙였다.
중남미 지역에 대해선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민 유입을 막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세우려는 남쪽 국경지대 장벽에 대한 예산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쿠바와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AP통신은 내다봤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