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0일은 미국에서 비극적인 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감염자수가 처음으로 5000명을 넘어섰고 이때부터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퍼져나가더니 현재는 하루 감염자수 6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확진자가 쏟아지는 절망 속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의사가 있다. 그는 3월 20일 이후로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코로나 환자들을 돌봤다.
미국 CNN방송은 1일(현지시간) 휴스턴 유나이티드 메모리얼 메디컬센터에서 코로나19 대응팀을 이끄는 조셉 바론 박사의 하루를 밀착 취재했다. 이날로 바론 박사는 134일 연속 근무 기록을 세웠다.
어떻게 134일 동안 쉬지 않고 버틸 수 있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는 “온몸에서 연기가 나는 것 같다. 몹시 힘들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지난주 그의 병원에는 코로나19 입원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바론 박사는 “의사가 된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망 증명서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바론 박사의 하루는 일찍 시작된다. 그는 새벽 4시30분에 병원에 도착해 곧바로 코로나19 환자 병실로 달려간다. 환자 한명 한명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사진작가 캘러헌 오헤어는 “바론 박사는 모든 일에 관여하고 있으며 매우 다정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침대에 앉아 환자들을 안아주고 수다를 떨어준다.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라고 감탄했다.
이런 식으로 환자들을 일일이 돌보는데 매일 최소 10시간이 걸린다. 코로나19 병동 회진을 마친 그는 쉴 틈없이 비 코로나 환자들을 돌봐야 한다.
그는 “운이 좋으면 밤 10시에 집에 도착한다”면서 “거의 대부분의 날은 자정쯤 집에 도착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고통스런 하루를 보내는 것은 바론 박사만이 아니다. 그는 휘하 의료진도 길고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바론 박사는 “코로나 전담팀의 간호 업무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특히 “저 우주복을 입을 때마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땀을 흘려야 한다. 의료진은 하루종일 미니 사우나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개인 보호장비를 여러겹 껴입느라 신체적으로 탈진 상태다. 바론은 간호사들이 회진을 돌다가 눈물을 쏟는 모습을 여러번 봤다고 했다.
의료진 중 간호사 3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지난주엔 간호사 크리스티나 매더스가 양성 반응을 보였다. 바론 박사는 “가장 듣기 괴로운 말이다. 기분이 정말 엉망이다”라고 괴로워했다.
의료진은 감정적으로도 지쳐가고 있다. 바론은 “그들은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진작가는 “바론과 그의 직원들은 절망을 이겨내려고 최선을 다한다. 믿을 수 없다”면서 “그들은 오로지 환자를 살피는데 매 순간을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마스크와 방호복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고 있다보면 누군가와 연결되기 쉽지 않다. 절망에 빠진 환자들을 위로하고 싶었던 의료진은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오헤어 작가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방호복에 자신의 사진을 인쇄해 붙이고 다닌다. 환자들이 최소한 자신의 얼굴을 알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기준 휴스턴은 미국 내에서 확진자가 5번째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오헤어 작가는 지역 내 구급차 출입이 급증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병원 취재에 나섰다. 그는 전날 자정 무렵부터 사람들이 확진검사를 받으려고 줄지어 선 모습을 목격했다. 이미 병실은 포화 상태였으며, 미군은 추가로 병실용 침대를 공급했다.
오헤어는 “가장 괴로웠던 장면은 한 남자가 코로나로 사망한 뒤, 그의 농구용 반바지, 티셔츠, 신발 등 소지품이 비닐봉지에 담기는 장면이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 남자는 가족과 친구들이 작별인사를 할 수 없는 곳에서 죽었다. 정말 슬펐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바론 박사는 코로나19는 위험하다면서 마스크 착용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아직도 그 말을 못 믿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내가 언론에 자주 출연해서 그런지 내 사무실에 전화를 걸고 거짓말 말라며 협박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겪는 비극이 진짜라고 믿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론은 ”내가 퇴근해서 집으로 향하는 길, 나는 야외 쇼핑몰에서 100대 넘는 차가 주차된 야외에서 젊은 남녀들이 파티를 즐기는 모습을 봤다. 얼굴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았더라.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라고 전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