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 “홍콩 입법회 선거 연기 규탄…민주주의 훼손”

입력 2020-08-01 04:42

미국 백악관이 현지시간으로 31일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 연기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홍콩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선거를 1년 연기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입법회 선거를 1년 연기하고 야권 후보를 실격처리하겠다는 홍콩 정부의 결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조치는 홍콩의 번영을 뒷받침해 온 민주주의 절차와 자유를 훼손한다”며 홍콩인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자치권 약속 파기의 또 다른 사례라고 지적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9월 6일 예정돼 있던 입법회 선거를 1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홍콩 민주화 진영은 중국에 맞서는 야권 후보들을 억누르려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앞서 홍콩 당국은 조슈아 웡 등 야권 민주화 진영 인사 12명의 후보 등록을 거부했다. 입후보권 박탈 이유에 대해서는 “홍콩 국가보안법에 저항해 헌법을 위배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웡은 31일 기자회견에서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이번 선거 금지가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야권이 홍콩 입법회 다수 지위 차지를 막으려 숱한 조처를 했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소피 리처드슨 중국 담당 국장도 “9월 선거 1년 연기는 공중 보건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비상사태를 억제하려는 부정적 조치”라고 했다. 그는 이어 “람 장관과 중국 정부 내 그의 지지자들은 대안적인 투표 방법을 살펴보거나 투표권리를 보장하려는 노력 없이 공중 보건 문제를 가장해 억압을 감추려 한다”고 덧붙였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