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쯔강 대홍수로 대량의 저염분수가 국내 바다로 밀려오고 있다.
제주도는 저염분수 유입시 제주 연안과 도내 양식장 등에 피해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자체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저염분수는 염분농도가 30psu 이하로 낮은 바닷물이다. 바다가 저염분수에 노출되면 바다 생물이 폐사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 발표에 따르면 중국 남부지방 폭우로 지난 12일까지 양쯔강의 초당 물 유출량은 8만3200t까지 늘어났다. 평년 유출량의 2배 수준이다. 2016년 우리나라 바다로 저염분수가 유입됐을 당시 양쯔강의 초당 물 유출량은 6만8000t 수준이었다.
양쯔강 물 유출량이 지금과 같은 추세를 보일 경우 8월 중하순경에는 중국발 저염분수가 제주해역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제주도는 31일 오전 도청 백록홀에서 최승현 행정부지사 주재로 ‘중국 양쯔강 대홍수 대비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했다.
도는 지난 6월 중순 이후 시작된 중국 남부지역 집중호우로 양쯔강 유출 수량이 평년 대비 크게 증가한 데다 그 양이 중국발 저염분수로 제주지역 피해가 컸던 2016년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이번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19~25psu 수준의 저염분수가 유입됐던 지난 1996년의 경우 제주 서부지역 어장의 소라와 전복 184t이 폐사해 59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도는 제주지방기상청 자문 등을 통해 중국 현지의 기상 상황을 확인하며 저염분수 유입과 해양쓰레기 발생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연계하는 전담 대응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또 국립수산과학원·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협업해 동중국해 저염분수 이동상황을 예찰하고, 수협 및 어촌계 등에 통보해 사전에 대응할 수 있는 경보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저염분수는 바람과 해류에 따라 이동경로가 달라지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통한 대응이 중요하다.
아울러 도는 수온과 염분농도에 따라 1단계에서 4단계까지 단계별 행동요령을 재정비하여 강화하고, 유사시에는 금어기 해제 또는 양식장의 수산 생물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등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전 조치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저염분수 외에도 해양쓰레기 제주 유입, 양쯔강 하류의 원전 사고 발생 우려 등에 관한 대책도 논의했다.
도는 해양쓰레기 유입에 대비해 위성을 활용한 광대역 모니터링과 예찰 활동을 병행하고 제주 연안 2마일 이내 접근 시에는 청항선과 어항관리선, 청정바다지킴이를 동원해 신속하게 수거할 계획이다.
특히 양쯔강 하류 원전 침수 등 최악의 상황 시에는 도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정부부처와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위기경보 수준별로 대응할 방침이다.
앞서 원희룡 지사는 중국발 저염수 유입 관련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양쯔강 하류 대홍수는 해양환경 악화와 어민 피해, 최악의 경우 방사성 물질의 유입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문제”라며 철저한 대비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어 “최근 상황은 2016년과 유사함에 따라 예의 주시하고. 사전에 충분한 경보・대응체계를 갖춰 미리 대응해야 한다”면서 “도민에게도 상황을 신속하게 전파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