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70%가 발병…슬개골 탈구의 모든 것 [개st상식]

입력 2020-08-02 09:46
전 세계 견공들을 괴롭히는 질환, 슬개골 탈구. 출처: acageybee.com

독자 여러분의 다리를 쭉 뻗고 무릎을 만져보세요. 뚜껑처럼 둥근 뼈가 느껴질 겁니다. 이 무릎뼈의 이름은 슬개골(Patella)입니다. 사람, 개, 고양이, 말처럼 달릴 수 있는 동물들은 대부분 슬개골을 갖고 있죠.

걷고 달리는 동물들의 무릎에는 슬개골이 있다. 출처: naturpet.com, builtlean.com

국내 반려견의 70% 가량은 슬개골 탈구(Patella luxation)에 걸리는데 이 중 절반은 생후 1~2살 사이에 발병한다고 합니다. 도대체 슬개골은 무엇이길래 이만큼이나 고장나는 걸까요?

걷고 뛰는데 핵심…반려견 70%는 슬개골이 아프다

슬개골은 무릎 관절을 보호하는 ‘방패’이자 다리 근육을 당기는 ‘지렛대’로서 동물이 걷고 뛰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입니다. 하지만 다리 근육의 압력을 크게 받는 부위라서 다치기 쉽죠. 슬개골이 탈구되면 다리 근육도 뒤틀리면서 걷기 힘들만큼 강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슬개골은 지렛대 받침" 슬개골의 핵심 기능은 다리 근육의 가동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슬개골이 고장나면 걷거나 달리기 어렵다. 출처: gfycat.com

태국 치앙마이 수의대는 2011년 보고서에서 “5년간 정형외과에서 진료한 317마리 중 128마리(40%)는 슬개골 탈구를 앓았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국내 반려견 70~80%, 특히 체중 5kg 미만 소형견은 90%가 슬개골 탈구를 앓는다고 진단합니다.

우리 개도 설마? 슬개골 탈구 진단법

슬개골 탈구는 하중이 실리는 뒷다리에서 대부분 발생합니다. ▲반려견이 뒷다리를 심하게 절름거린다 ▲슬개골이 원래 위치에서 빠져나와 무릎의 좌우로 흔들린다 ▲개가 갑자기 아픈 쪽 다리를 들고 깡충깡충 뛴다▲뒷다리가 안으로 휘는 안짱다리 ▲뒷다리가 밖으로 휘는 오다리 증상 등을 보인다면 슬개골 탈구 가능성이 높습니다.

'슬개골 탈구'는 슬개골이 좌우로 이탈하는 범위 및 제자리로 돌아오는 정도에 따라 1~4기로 구분한다. 출처: applecorssvet.com

정도에 따라 슬개골 탈구는 1~4기로 구분합니다. 비교적 초기 단계인 1, 2기는 슬개골의 이탈 범위가 좁고 복원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3, 4기는 슬개골이 무릎 좌우, 심지어 무릎 뒤로 돌아가 반려견에게 큰 고통을 줍니다. 또한 외부 도움 없이 슬개골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아 보호자가 수시로 다리 마사지를 해줘야 하죠.

슬개골 탈구는 초기에 잡아야 하는 진행성 질환입니다. 무릎에 무리를 주는 습관과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병원 치료보다 중요하죠.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수술 이후에도 슬개골 탈구는 높은 확률로 재발합니다.

"민망하게 왜 이러니!" 점프, 마운트 자세는 반려견의 슬개골에 큰 부담을 준다. 이런 행동은 앞으로 밀치기, 등 돌려 관심주지 않기 등의 방식으로 거절해야 한다. 출처: thedogueshop.com

원인과 대책 ① 다리에 부담주는 환경 요인

슬개골 건강은 내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미끄러운 바닥 ▲높은 의자나 침대 ▲가파른 계단은 취약한 무릎 관절에 개의 하중을 집중시킵니다. 또한 ▲과체중 ▲점프 ▲두발서기 등 잘못된 생활습관도 슬개골을 서서히 갉아먹죠.

"살 좀 빼주세요" 반려견의 비만은 견주의 탓이 무척 크다. 보호자가 산책에 게으르고 식사량을 조절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만약 위 조건 중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환경 개선을 서두르세요.

당장 바닥에 미끄럼방지 스티커를 붙이고 의자·침대에는 보조계단을 설치해야 합니다. 인테리어에 방해가 되겠지만 반려견의 무릎 건강을 지켜줘야 합니다. 또한 식사량 줄이기·다리 근육을 강화하는 꾸준한 산책·마운트 및 점프 제한하기 등 생활습관 개선도 시급합니다.

"견주님, 미끄러운 바닥은 무릎 건강에 최악이에요" 출처: florock.net

환경요인을 고치는 것은 무척 어렵습니다. 왜냐면 그것은 결국 견주 스스로를 바꾸는 일이거든요. 견주 위주로 짜인 생활공간을 반려견 중심으로 재배치해야 하고, 더 자주 산책해주세요.

원인과 대책 ② 유전 요인

대형견의 고관절 이형성증, 소형견의 슬개골 탈구 등 반려견 다리 질환은 쉽게 유전됩니다. 유럽, 미국의 전문 브리더들은 부모견의 유전병 이력을 관리해서 문제있는 혈통은 도태시킵니다.

동종교배가 벌어지는 한국에선 반려견들 대부분이 유전질환에 시달린다. 출처: breedingbusiness.com

반면 한국 번식업자들은 반려견의 유전병을 관리하지 않습니다. 그저 순혈이면서 작은 강아지를 빨리 생산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이며, 슬개골 탈구·신장병·암 등 유전병에 걸린 부모견들에게 교미를 강제하죠.

반려인들의 무관심 탓도 큽니다. 분양·입양견의 외모는 살펴보지만 부모견의 이력은 묻지 않습니다.

따라서 반려견을 입양·분양받을 때 반드시 부모의 유전병 이력을 확인하고, 브리더의 양육 환경도 꼼꼼이 점검해야 합니다.

원인과 대책③ 외과 시술

견공의 슬개골 탈구가 3, 4기라면 수술을 고민해야 합니다. 좌우로 이탈하는 슬개골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근육, 뼈의 위치를 교정해야 하죠. 여기서는 보편적인 2가지 수술 방법을 소개합니다.

슬개골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경골(동그라미 안)이 흔들리지 않도록 묶어주는 수술이 '경골회전방지술'이다. 출처: redsports.sg

경골회전방지술은 매듭 모양을 본따 '8자매듭법(8 tension band wire)'이라고도 한다. 출처: vetfolio.com

가장 대표적인 ▲경골회전방지술(Tibial Tuberosity Transposition)입니다. 경골은 슬개골을 정강이뼈에 묶어주는 이음새입니다. 이런 경골이 좌우로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하는 겁니다. 8자 모양의 매듭을 본따 ‘8자 매듭법’이라고도 하죠.
허벅지뼈에는 슬개골이 위아래로 타고 움직이는 활차구라는 홈이 패여 있다. 마치 기차-선로의 관계와 같다. 이 활차구를 더 깊게 파내는 수술이 '도랑 형성술'이다. 출처: copelandvets

대퇴부뼈를 파낸 V자 도랑이 마치 타코를 닮았다.

다음으로는 슬개골이 자리잡도록 대퇴골(허벅지뼈)에 홈을 파는 ‘도랑 형성술’(Troachlear Wedge Recession)입니다. 원래도 슬개골은 기차의 선로처럼 허벅지뼈에 움푹 파인 활차구를 타고 움직이죠. 이 활차구를 타코 모양의 V자로 더 깊게 파내는 수술입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