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검·언 유착’ 의혹 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몸싸움의 전말을 밝히기 위한 감찰에 본격 착수했다. 수사팀은 한 검사장이 “물리적으로 방해했다”는 입장인 반면, 한 검사장 측은 ‘독직폭행’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을 언급하며 정식 수사까지 요청했다. 법조계에서는 사안의 진실을 밝히는 것과 별개로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바닥치게 만든 사건이란 비판이 커지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검은 전날 한 검사장을 진정인 신분으로 불러 지난 29일 이뤄진 압수수색 당시 현장 상황에 대해 조사했다. 한 검사장 측은 압수수색을 집행한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와 몸싸움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 소상히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검사장은 압수수색 당일 곧바로 서울고검에 정 부장검사를 ‘독직폭행’(공무원이 지위나 직무를 남용해 저지른 폭행) 혐의로 고소하고 감찰요청서를 제출했다.
한 검사장 측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날 조사에서 ‘한 검사장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물리적 방해를 했다’는 내용의 서울중앙지검의 공보 대응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확인해달라”고 정식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공보가 이뤄진 경위를 확인해 명예훼손 혐의가 의심될 경우 감찰에서 더 나아가 수사를 해달라고 한 것이다. 서울고검 측은 이날 “아직 정식 고소장이 접수되진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29일 한 검사장이 압수수색을 방해한 정황이 있다는 취지로 공무집행방해 혐의의 적용을 시사했었다. 그러나 다음 날에는 “검토 결과 공무집행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에 필요한 폭행이나 협박 정도의 방해행위는 없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폭행과 협박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수사팀은 그 역시 성립이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정 부장은 압수수색 당일 수사팀이 아닌 개인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한 검사장이 앉은 채로 휴대폰을 쥔 손을 반대편으로 뻗으면서 빼앗기지 않으려고 했다” “넘어진 상태에서도 휴대폰을 움켜쥐고 주지 않으려고 완강히 거부해 실랑이를 벌이다 휴대폰을 확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부장은 한 검사장을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사실관계를 떠나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더욱 저하시킨 사건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검사장도 압수수색할 때 저렇게 하는데, 일반 국민들에게는 어떻겠느냐”며 “사실관계 하나하나의 옳고 그름을 떠나 검찰이 국민 앞에 사죄해야할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국민들은 누가 잘 했느냐 못 했느냐보다 검찰에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