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코로나 감염 폭발적 증가에도…“긴급사태 아냐”

입력 2020-07-31 15:35
30일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 마스코트가 그려진 전철을 이용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EPA 연합뉴스

일본에서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를 선언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여행 장려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31일 NHK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현재감염 상황은 3월, 4월 증가 속도보다도 다소 완만하다”면서 “긴급사태 선언을 다시 발령해 사회 경제 활동을 전면적으로 축소할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내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일부 지역에서 감염 확신 속도가 증가하고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중증 환자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면서도 ‘2차 파도’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정부로서는 엄밀한 정의를 두고 있는 게 아니다. 어느 쪽이든 감염 확산의 차기 물결에 만전의 대책을 기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일본의 일일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이달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23일엔 981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27일(598명)을 제외하면 700~800명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다 28일 981명으로 다시 증가해 29일엔 1264명, 30일 1301명 등 연일 하루 최다 신규 확진자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 중에서도 도쿄의 코로나19 확산세는 눈에 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새로 보고된 코로나19 확진자가 463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 세운 최다 기록(367명)을 갈아치운 것이다. 도쿄도에서 하루에 4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보고된 것은 처음이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작한 여행 장려 정책 ‘고 투 트래블’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스가 장관은 전날 한 TV매체에 “관광업은 빈사 상태다. 조금이라도 경제를 움직일 생각”이라면서 정책 재검토에 대한 질문에는 “현재의 틀에서 적절히 운용하겠다”고 일축했다.

30일 내각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국내 비행기와 고속철도 신칸센 이용 여행객수는 전년 대비 약 3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도 전년 대비 -4.5%로 대폭 감소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여행을 장려하는 정책에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 정부 자문위원회인 코로나19 분과회의 오미 시게루 회장은 30일 참의원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필요하다면 현을 넘는 이동은 조금 삼가는 게 좋다. 혹은 괜찮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감염은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캠페인과 여름방학으로 8월에 감염에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부는 대책이 없다”고 비난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여행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마쓰이 이치로 오사카 시장은 “지금 관광하러 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