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지역의 수해 소식이 보도되는 가운데 파안대소하는 사진이 공개돼 곤욕을 치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깔끔한 사과 대신 반발에 가까운 해명으로 논란을 키웠다. 자리에 함께 있던 같은 당 김남국 의원도 ‘악의적’이라는 항변을 하면서 파문은 이틀째 이어졌다.
황 의원은 31일 페이스북에 “전후 사정이 어찌 됐든 악의적인 보도의 빌미를 제공한 점은 사려 깊지 못했다”며 논란에 사과했다. 전날 “웃어야 할 순간이 있고 심각해야 할 시간이 있고 팔 걷어붙이고 일해야 할 때가 있다. 악마의 편집과 다를 바 없다”며 올린 반박 글이 또 다른 논란을 낳자 삭제한 뒤 적은 2차 해명이었다.
황 의원은 앞서 연합뉴스와 통화에서는 “항상 울고 있어야 하느냐”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는 “팩트를 교묘하게 억지로 짜 맞춰서 논란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의원 모임에 간 것이지 TV 뉴스를 보러 간 것이 아니다. 당시 TV에 물난리 뉴스가 나오는지도 몰랐다. (지역구에) 물난리가 난 상황에서는 모든 모임 활동을 중단하고 표정은 항상 울고 있어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황 의원의 해명을 두고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체육관에서 컵라면을 먹은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을 민주당이 비난한 사실이 새삼 거론되는 등 쓴소리가 터져 나왔다.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도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혹을 떼려는 해명이 되레 커지고 커져 더 큰 비난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네티즌들도 “국민들은 수해난 거 다 아는데 의원들만 몰랐나 보다” “배려심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건데 못 알아듣는다” “켜져 있던 TV가 나빴나 보다” 등등의 글을 올리며 조롱했다.
황 의원이 한밤중 SNS 글을 썼다 지우면서 역풍을 맞았는데도 다른 참석자인 김남국 의원이 이튿날 말을 보태면서 논쟁은 더 커졌다. 김남국 의원은 “송구하다”면서도 재차 “악의적인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한 공부모임”이라고 소개하며 “웃고 있는 모습이 사진으로 나와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오해도 있었던 거 같다”며 “토론하는 자리다 보니 (TV에 나오는) 뉴스나 이런 것들의 소리를 완전히 줄여놓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TV를 보고 있었다면 비 피해 소식이나 정확히 알고 이해하고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사진을 찍자는 상황이었다”며 “사진을 찍는 보좌진이 ‘싸우러 온 사람처럼 왜 웃지도 않고 있느냐’고 해서 친하다는 모습으로 웃는 장면이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김 의원은 “황 의원이 (피해가 난) 지역구를 챙기지도 않고 웃는 것만 사진으로 보내는 것 아니냐고 했는데 악의적인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의 해명을 놓고도 네티즌들은 “TV소리가 안 들렸단다, 소리가 작았던 TV가 잘못했네” “본인들이 올려놓고 뭐가 악의적인가” “그냥 사과하면 될 것을”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황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대전에서 수해 피해가 속출하는데 파안대소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전날인 30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처럼회 회원과 박주민 이재정 ^^”이라는 글과 함께 올린 4장의 사진이 도화선이 됐다. 최 대표 사무실에 최 대표와 민주당 박주민·이재정·김남국·김승원·김용민·황운하 등 7명이 있었는데 공교롭게 배경이 된 화면에 ‘호우 피해로 1명이 심정지 상태에 있다’는 뉴스가 흐르고 있어 “수해로 인명이 희생됐는데 지역구 의원이 웃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