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만 해도 가격이 좋아 나무 두세 그루면 자녀 대학 등록금을 댈 수 있었던 제주의 대표 과일 감귤이 지난 20년간 재배 면적과 농가 수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향상으로 수확량은 늘었지만, 시장에 나오는 과일 품목이 다양해지면서 총수입은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
호남지방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새천년 이후 주요 과수 생산량 변화’에 따르면 제주지역 감귤 재배면적은 지난 2000년 2만6813㏊에서 2019년 2만1101㏊로 21.3%(5712㏊) 감소했다.
2002년까지 2만6000㏊를 유지하다가 2003년(2만4560㏊)에서 2005년(2만1430㏊) 사이 폐원 정책으로 급격히 감소한 이후 현재까지 2만100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재배 농가도 크게 줄었다.
지난 2000년 2만5101가구에 이르던 감귤재배 농가는 2019년 1만9888가구로 20.8%(5213가구) 감소했다. 2015년 이후 감소세가 또렷했다.
재배 면적 감소세에서도 생산량은 늘었다. 기술 향상 때문이다.
도내 감귤 생산량은 2000년 56만3341t에서 지난해 62만8897t으로 11.6%(6만5556t) 증가했다.
통계청은 고품질·고당도 감귤 생산을 위한 재배 기술 보급이 생산량 증가에 도움을 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주지역 감귤 총수입은 2000년 3708억원에서 2017년 9458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8년 9402억원, 2019년 8506억원으로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제주도가 지난해 내건 ‘5년 내 감귤 조수입 1조원 시대 개막’ 달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생산량 증가에도 감귤 총수입이 하락하는 것은 시장에서 판매되는 과일 품목이 매우 다양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에는 나만의 특별한 과일을 찾는 소비 추세가 지속하면서 감귤 등 전통 과수 품목의 부진이 가속화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과일류 1인당 연간 소비량은 2000년 58.4㎏에서 2016년 65.8㎏으로 7.4㎏ 늘어났다. 이 중 수입 과일 소비량은 6.8㎏에서 13.8㎏으로 2배가량 늘었고, 기타 과일도 3.9㎏에서 10.4㎏으로 2.6배 늘었다. 그러나 이 기간 6대 과일의 소비량은 47.7㎏에서 41.6㎏으로 감소했다. 6대 과일은 감귤을 비롯해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단감을 말한다.
이런 가운데 지구 온난화가 제주 감귤 수익성 악화에 또 하나의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내륙지역 감귤재배 면적은 2010년 21㏊에서 2019년 79㏊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이 기간 내륙 감귤 생산량은 2010년 136t에서 2019년 848t으로 급증했다. 과거 제주에서만 재배되던 과일이 점차 내륙으로 확산되면 제주는 기본 물류비용 소요를 고려할 때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
환경부와 기상청은 최근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서 우리나라의 지난 100년간 기후 변동 상황을 분석해 현재 추세대로라면 80년 내 제주도에서는 감귤을 더 이상 재배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