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편집’ 삭제한 황운하 “악의적 보도 빌미 제공 사과”

입력 2020-07-31 06:09 수정 2020-07-31 11:26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검찰개혁 의원 모임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대전의 수해 소식이 전해지는 TV 뉴스 화면이 나오는 상황에서 함박웃음을 짓는 사진이 찍혀 구설에 올랐다. 이에 황 의원은 “악마의 편집”이라며 반박했다가 삭제하고 “악의적 보도의 빌미를 제공한 점은 사려 깊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황 의원의 구설은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사진으로 시작됐다. 사진엔 황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박주민, 이재정, 김남국, 김승원, 김용민 의원이 모인 자리에서 크게 웃는 모습이 담겼다. 이 의원들 뒤에 켜진 TV엔 대전에서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심각하다는 소식이 속보로 보도되고 있었다.

이를 본 미래통합당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황규환 통합당 부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대전에서 물난리가 났다는 뉴스특보가 버젓이 방송되는데도 황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파안대소하고 있다”며 “민주당에는 자신들의 안위와 목적 달성에 대한 자축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같은 비판에 황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역구에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가 발생했다. 소식을 접하고 현장에 전화를 걸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국회 본회의 일정을 마치는 대로 오후에 내려가기로 했다”며 “오전에 공부 모임에 참석했다가 때마침 방문했던 동료의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늘 그렇듯 사진 찍는 분의 요청에 따라 웃는 모습을 연출했다”고 한 황 의원은 “TV가 켜져 있었지만, 누구도 TV를 보고 있지 않았다. 사진 찍는 순간 공교롭게도 TV 속에서 물난리 뉴스가 보도됐나 보다. 이 사진으로 ‘물난리 특보 나오는데 파안대소 구설수’라는 기사가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웃어야 할 순간이 있고 심각해야 할 시간이 있고 팔 걷어붙이고 일해야 할 때가 있다”며 “웃는 모습이 필요한 순간에 침통해야 할 장면을 악의적으로 편집하면 전후 사정을 모르는 독자들은 속을 수밖에 없다”고 반박하며 악마의 편집이라고 주장했다.

황 의원의 이런 반박에 논란은 가중됐다 “통합당에서 이렇게 했다면 어떤 글을 올렸겠냐” “최강욱 대표 페북에 올라온 사진이 출처인데 악의적 편집이라니 말이 안 된다” “실수 후 남 탓만 하는 대처에 실망스럽다” “뉴스가 나오던 그 시간에 담소를 나누고, 그 뉴스가 보도되던 그 시간에 사진을 찍은 건 팩트다”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황 의원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한 뒤 사과했다. 황 의원은 “국회 본회의 일정을 마치는 대로 대전의 수해현장으로 달려갔다”며 “집중호우의 수해를 입은 주민들께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황운하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일부 언론에 보도된 사진 논란으로 걱정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 황 의원은 “전후 사정이 어찌 됐든 악의적인 보도의 빌미를 제공한 점은 사려 깊지 못했다. 수혜 피해자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의 상처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몹시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악의적인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점에 마음 아파하는 지지자들에게도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한 황 의원은 “더 진중해지고 더 겸손해지겠다.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기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해당 사진을 공개한 최강욱 열린우리당 대표는 오후 7시쯤 해당 사진 중 1장을 삭제했다. 삭제된 사진은 TV에서 대전 침수 피해 보도가 전해진 상황에서 ‘1명 심정지’라는 자막이 떠 있는 사진으로 사진 속 의원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해당 사진을 삭제했는데도 논란이 계속되자 최 대표는 오후 10시쯤 관련 사진을 모두 삭제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