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성장률 -33% 찍은 날, 트럼프 “대선 연기” 트윗

입력 2020-07-30 23:33 수정 2020-07-30 23:57
상무부 “2분기 성장률 -32.9%” 발표 직후
트럼프 “우편선거 조작 우려, 대선 연기해야”

CNN·NYT “트럼프, 대선 연기 권한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미들랜드에 있는 더블 이글 에너지 유정을 방문해 에너지 주도권의 회복을 언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상무부가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역사상 최악인 -32.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연기론’을 처음으로 꺼냈다. 처참한 경제 성적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우편투표의 선거 조작 가능성을 들어 오는 11월 3일로 예정된 대선 연기를 처음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가 재앙이자 재난이라는 점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라며 “(우편투표를) 실시하게 된다면 역사상 최고로 부정확하고 부패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편투표는 외국이 선거개입을 시도하기 매우 쉬운 방식”이라며 “우편 투표는 미국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일이다. 모든 시민이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정식으로 투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보장될 때까지 대선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갈무리

이날 개재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미 상무부가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32.9%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올라왔다. 이는 미국에서 분기별 GDP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악의 역성장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그랜트 손튼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다이앤 스웡크는 “이번 분기 GDP 감소폭은 1947년 분기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70여년 만에 가장 큰 규모”라고 CNBC에 말했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는 이같은 처참한 경제 성적표에 관한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최악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정부의 발표에 동문서답으로 응답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외 주요 사안에 대해 엉뚱한 반응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CNN방송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제기하며 파문을 일으킨 지난 4월 21일에도 트위터에 “원유 및 가스 생산업체를 돕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내용의 글을 첫 게시글로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사상 초유의 대선 연기론에 미국 언론은 대통령에게 대선 연기 권한이 없다며 일제히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래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총선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려고 할까봐 걱정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처음으로 투표 지연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대통령에게 연방법에 의해 정해진 선거일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권한은 없다”면서 “그동안 선거일 변경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해왔지만 일부 동맹국들과 보좌관들은 종종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CNN 역시 “선거 96일 전이며 연방 정부가 역사상 최악의 경제 수축을 보고한 지 몇 분이 지난 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아무런 증거도 없이 대선에 결함이 있다고 주장하며 선거 연기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의회의 승인 없이는 선거일을 변경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도 대선 연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 연방법은 미 대선일을 11월 첫 월요일의 다음날인 화요일로 정하고 있다. 대선일을 바꾸려면 연방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미국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지만, 하원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법은 의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연기를 제안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팬데믹 상황을 수습하고 경제 정상화를 이뤄내 지지율을 회복한 다음 대선을 치르면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