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민주주의 초석 놓은 리덩후이 전 총통 별세

입력 2020-07-30 21:54
리덩후이 전 대만 총통. 로이터연합뉴스

리덩후이(사진) 전 대만 총통이 97세의 나이로 30일(현지시간) 별세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타이베이 룽민쭝병원 관계자를 인용해 리 전 총통이 이날 오후 7시 24분에 숨졌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리 전 총통은 지난 2월 우유를 잘못 삼키는 바람에 폐렴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유족으로는 부인 쩡원후이 여사와 두 딸이 있다.

리 전 총통은 장제스 장징궈 부자의 2대에 걸친 세습 통치 이후 1988년부터 2000년까지 대만 총통을 지냈다. 재임 시절 다당제를 도입했고, 총통 직선제를 밀어붙여 ‘미스터 민주주의(Mr Democracy)’라는 별명을 얻었다. 1996년 직선제 방식으로 처음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승리해 국민이 직접 뽑은 최초의 총통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대만의 민주주의 이행에 힘쓴 리 전 총통은 임기 말년에 중국과 대만이 각각 별개의 나라라는 ‘양국론’을 주장해 양안 관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이런 행적 때문에 대만 독립론자들은 리 전 총통을 ‘대만의 아버지’로 불렀다. 반면 중국 본토는 그를 ‘대만 독립세력의 수괴’라고 부르며 맹비난했다.

재임 시절 당시 학자이던 차이잉원 현 총통에게 비밀리에 양안 관계 재정립 프로젝트를 맡겨 그를 정계로 이끌기도 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