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이 숨진 부산 동구 초량 지하차도 참사의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경찰이 30일 현장을 정밀 감식했다.
부산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토목 전문가 등은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간여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현장 정밀감식을 시행했다.
현장 감식에는 부산경찰청 수사팀을 비롯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기계·소방방재·수자원 설비 민간 전문가 등 관계자 30여 명이 참여했다.
이날 합동 감식팀은 사고가 난 초량 제1지하차도와 인근 초량 제2지하차도를 비교 감식하고 지하차도 넓이, 폭 등 구조적 문제와 주변 하수 배관 설계 등을 상세히 검토했다.
또 감식팀은 지하차도 침수 당시 바닥에서 50㎝ 높이에 배수구가 설치된 것을 확인하고 건축 설계로 인한 사고 연관성을 조사했다.
감식팀은 사고 당일 분당 20t을 처리할 수 있는 배수펌프가 정상 작동했는지, 펌프 모터는 이상이 없었는지, 지하차도 내부에 몇 t의 물이 얼마 만에 찼는지 등을 살폈다.
또 감식에 참여한 민간 전문가들은 동구청으로 이동해 사고 현장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다.
국과수는 이날 한 번의 현장 정밀감식으로는 정확한 침수 원인을 밝히기 부족하다고 보고 조만간 재차 감식에 나설 예정이며, 경찰은 감식 결과를 종합해 지하차도 침수 원인을 밝힐 계획이다.
이날 정밀 감식 현장에는 희생자 유족이 찾아 참사 원인과 책임을 규명에 나선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50대 남성의 유족은 이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명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며 “말단 공무원 몇 명이 처벌되는 것은 원치 않고 고위 공무원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하차도 침수 사고 사망자 3명의 유족은 각자 또는 공동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부산시와 동구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부산경찰청은 지하차도 관리와 통제를 맡은 부산 동구청이 지하차도 통제 매뉴얼을 따르지 않은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하차도 관리와 통제를 맡은 부서 실무자, 책임자, 구청 고위 간부 등을 차례로 불러 참고인 조사를 벌일 계획으로 전해졌다.
현재 경찰은 동구청에 적극적, 고의로 해당 업무를 회피한 직무유기 혐의보다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것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과실이 드러나면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