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에서는 검은 대형견 로트와일러가 흰색 소형견 스피츠를 물어 죽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로트와일러종은 현행법상 입마개가 의무화된 고위험군 맹견이다. 하지만 로트와일러는 입마개는커녕 목줄도 하지 않았다. 로트와일러는 자신의 보호자가 옆에서 말려도 스피츠를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이 모든 일은 불과 15초 만에 발생했다.
사고 당시 목격자이자 전직 강아지 훈련사 이모씨는 29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해당 사실을 알렸다. 그는 “평소에도 그 로트와일러는 입마개는커녕 목줄도 하지 않은 채 산책을 했다”며 “이와 유사한 사고가 다섯 차례나 있었다”고 폭로했다. 사고 당시 영상을 담은 CCTV가 공개되자 많은 시민들은 분노했다. 해당 청원글은 게시 하루 만에 청원 동의 3만개 이상을 돌파했다.
이모씨는 3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그 순간만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런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보니 동네 주민들도 참다참다 폭발했다”며 “맹견의 경우 입마개는 필수다. 자격없는 사람들이 맹견을 키우지 못하도록 라이선스(면허)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사고 당시 모습은
“저는 그 때 집에 있었는데 오후 7시쯤 로트와일러가 짖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 개가 원래 가끔씩 짖거든요. 그런가보다 했는데 갑자기 으르렁 거리더라고요. 그리고는 입마개, 목줄을 하지 않은 채로 빌라에서 튀어나와서 산책 중이던 소형견 스피츠를 사정없이 물었죠. 현장에 내려갔더니 이미 상황은 종료됐더라고요. CCTV 영상을 보면 당시 모습이 자세히 나와있어요. 처음에 등장하는 분이 피해 견주에요. 그 다음에 남자분, 여자분이 급하게 달려오는데 그분들이 로트와일러 주인인고요. 사고 직후에 스피츠가 피를 많이 흘렸어요. 내장이 부풀어 오르더니 피가 철철철 흐르더라고요. 강아지는 병원으로 이송하는 도중에 사망을 했고요.”
- 당시 가해 견주의 반응은
“사고가 발생하고 가해 견주는 집으로 들어갔어요. 5분 뒤에 입마개를 채우고 다시 나왔는데 저랑 주민들은 ‘어디가냐, 가만있어라’라고 말을 했죠. 그러니까 가해 견주는 ‘경찰에 신고하든 말든 알아서 하라’면서 자리를 떴어요. 죄송하다는 말, 후속조치 전혀 없었고요. 그 이후에도 따로 연락이 안 온 걸로 알아요.”
- 과거 비슷한 사례가 5번 있었다던데
“제가 보고 들은 것만 5번이에요. 그런데 오늘 주민들 이야기 들어보니까 죽은 개가 또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첫 번째 사고는 2017년에 발생했어요. 이 로트와일러가 산책 중이던 강아지를 공격했는데 그 때는 심하게 다치기만 하고 죽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그 해에 또 비슷한 사고가 발생해요. 그 때는 강아지가 죽었어요. 처음에 사고가 일어났을 때는 치료비를 조금 보상한 걸로 알아요. 두 번째 사고 때는 장례비 정도 줬고요. 저는 못 봤는데 주민들이 그 이후에도 비슷한 사건이 두 차례 있었다고 했어요. 진짜 여기 저기서 들은게 한두개가 아니에요.”
- 평소 입마개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지
“하는 경우도 있긴 있었는데 거의 안했다고 보면 돼요. 2017년에 사고 발생하고 조금씩 입마개를 했는데 어느 순간 또 안하는 거예요. 제가 그 분들 볼 때마다 ‘목줄, 입마개 해라’ 몇 번이고 경고했거든요. 그 때도 ‘당신이 뭔데 참견이니 뭐니’ 하면서 대충대충 넘어갔어요. 입마개 안하는 이유는 결국 본인 강아지 답답할까봐 그런거겠죠. 지금이나 그 때나 과태료가 세지도 않았어요. 동물보호법상 맹견이 목줄이나 입마개를 안하면 최대 300만원 정도 벌금을 내야 해요. 안전조치를 안한 맹견이 사람의 신체에 상해를 입히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고요. 당시에는 개가 개를 물었기 때문에 해당이 안됐죠. 또 가해 견주의 신상정보가 없으면 신고접수도 안되서 그냥 넘어간 경우가 많아요.”
- 로트와일러는 어떤 견종인지
“로트와일러는 경찰견, 경비견, 군견식으로 전투에 특화된 맹견인데요. 주인에게 충성심이 높지만 이성을 잃으면 굉장히 사납고 위험해요. 가정에서 키운다는 게 애초에 말도 안되고 거의 드물어요. 마당이 있는 시골도 아니고 주택 지역에서 맹견을 키운다? 말도 안되는거죠. 실제로 로트와일러가 갓난 아이를 해한 사례도 엄청 많아요. 미국의 경우,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인 견종 1위가 아메리칸 핏불테리어고 2위가 로트와일러에요. 그리고 로트와일러는 맹견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도 어려워하는 견종이에요. 살생견은 교정이 안되거든요. 교육을 통해 바꿀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건 진짜 말도 안되는 말이에요. ”
- 맹견이 갑자기 다가왔을 때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이런 상황에서 피해 견주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 자리에서 강아지를 안는다고 해도 강아지가 점프를 해서 공격할 게 뻔하고요. 심지어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어요. 혹자는 ‘그냥 강아지를 들지, 왜 들지 못했냐’고 말을 해요. 그런데 그 상황에 닥치면 머리가 하얘질거에요. 들었다고 해도 점프를 해서 또 공격을 할거란 말이죠. 정말 무방비 상태가 되는 거예요. 애초에 대형 맹견을 키우는 사람이 주의를 하는게 맞아요. 진짜 목줄, 입마개 꼭 하셔야 돼요.”
- 국민청원게시판에 맹견에 대한 라이선스 도입을 주장했는데
“살생에 이르게 할 정도로 치명적인 개물림 사고는 대부분 맹견류에 의해서 일어나요. 동물보호법에 명시된 맹견 5종(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뿐만 아니라 준맹견급들도 마찬가지고요. 일반 대형견에 의한 사고는 거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맹견에 대한 라이선스 도입이 중요한 거에요. 우리나라는 아무런 자격이 없어도 누구나 맹견을 키울 수 있거든요. 더 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선 이 사람이 맹견을 콘트롤 할 수 있는지, 그 맹견은 사나운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필요해요”
- 모든 견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일반 대형 견주분들이 지금 많은 피해를 보고 계세요. 올바르고 잘 키우는 견주분들이 많은데 이런 사례가 있을 때마다 대형 견주분들은 자꾸 죄인이 되는거에요. 정부에서는 모든 개들에게 입마개를 시키겠다고 탁상행정을 하는데 사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맹견에 대한 제재거든요. 맹견에 의한 사고가 워낙 치명적이다보니 맹견에 대한 규제만 이뤄져도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일반 견주분들도 이번 계기를 통해 철저히 교육을 받으면 좋을 것 같고요. 서로 주의하고 조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