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도, 바그다드 사상 최고 기온… ‘열돔’에 갇힌 중동

입력 2020-07-31 00:33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기온이 관측 사상 최고치인 섭씨 51.8도를 기록했다. 연일 계속되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중동 일대가 펄펄 끓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바그다드의 기온이 51.8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5년 6월 기록된 역대 최고 온도인 51도를 뛰어넘은 수치다.

바그다드에서 이상고온이 관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바그다드는 지난 27일에도 50.6도를 기록하는 등 최근 들어 50도를 넘는 고온이 계속되고 있다.

50도를 넘는 불볕더위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바그다드 시민들은 야외 활동을 자제한 채 실내에만 머물고 있다. 거리를 끊임없이 돌아다녀야 하는 노점상조차 그늘 아래서 영업을 한다.

연일 폭염이 지속되고 있지만 바그다드에서는 더위를 식혀줄 냉장고나 에어컨, 선풍기 등을 가동하기도 어렵다. 열악한 전력 사정 때문이다. 이에 현지 시민들은 집집마다 발전기를 이용해 냉방 기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도시에 빼곡이 들어선 자가 발전기로 인해 가뜩이나 소음 문제가 심각한 바그다드가 더 시끄러워졌다고 전했다.

이상고온과 전력 부족이라는 악재가 동시에 닥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져 시위대가 목숨을 잃는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27일 열악한 전력 사정에 항의하기 위해 열린 시위에서는 2명의 시민이 보안군의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이라크와 인접한 이집트와 레바논 등 다른 중동 국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력 사정이 열악한 레바논의 경우 폭염으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자 전력 공급이 하루 3시간 이내로 제한돼 발전기 가격이 2배로 뛰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바그다드 일대에 들이닥친 살인적인 더위는 홍해와 중동 일대에 걸쳐 자리잡은 고기압의 영향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뜨거운 공기가 마치 돔에 갇힌 듯한 ‘열돔 현상’이 이상고온의 주범이라고 설명했다.

바그다드의 이상기온은 30일까지 지속된 뒤 오는 31일부터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 당국은 주말부터는 40도 후반으로 기온이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