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면역, 스웨덴 실패했는데 인도 빈민가에서 성공했다

입력 2020-07-31 01:02 수정 2020-07-31 01:02
지난 11일 인도 뭄바이의 빈민가에서 보건 담당 직원이 주민의 체온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웨덴에서 실패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면역이 인도 최대도시 뭄바이의 빈민가에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29일(현지시간) 뭄바이에 있는 타타기초연구소와 시 당국이 지난달 다히사르, 쳄부르, 마퉁가 등 3개 지역의 빈민가 주민 6936명을 대상으로 혈청 조사를 벌인 결과 약 57%가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집단면역이 형성되려면 인구의 약 60%가 항체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 조건을 갖추면 일부가 바이러스에 노출되더라도 감염 확산이 어렵다. 집단면역은 백신 예방 접종을 통해 형성된다. 뭄바이의 사례가 사실로 확인되면 자연적인 집단감염으로 면역이 형성돼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항체 보유율을 지니게 되는 셈이다.

코로나19가 초기 전 세계에 창궐할 당시 일부 국가는 감염을 통한 집단면역에 가까운 정책을 쓰기도 했다. 대표적인 나라가 스웨덴이었다. 하지만 집단면역을 기대했던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지난 5월 확인한 결과 주민의 14%가량만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집단면역이 가능한 60%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치였다.

인구 1020만명의 스웨덴에서는 현재까지 5700여명이 숨졌다. 더군다나 사망자 다수는 요양원 등지에서 생활하는 병약한 노인들이었다. 일각에서는 스웨덴이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이들만 희생시켰다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미국 뉴욕 주민들의 경우에도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하던 지난 4월 항체 보유율은 21.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연적인 집단면역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현재까지의 결론이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일상을 유지하는 스웨덴 시민들. EPA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뭄바이 빈민가에서 집단면역이 확인되면서 어떤 환경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 인프라가 탄탄한 스웨덴도 성공하지 못한 집단면역이 인도의 빈민가에서 성공한 이유가 역설적이게도 극단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더럽고 비위생적인 빈민가 환경 탓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빈민가에서는 공중변소 한 곳을 무려 80명이 공유할 정도로 기본 위생 시설이 열악하고 인구 밀도가 높아 코로나19 방역 기본 수칙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코로나19가 유입되면 순식간에 빈민가 전체로 확산되는 구조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환경 덕에 바이러스가 단기간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빈민가 거주민들 사이에서 높은 비율로 항체가 형성됐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도 국립역학연구원의 과학자문위원회 회장인 자야프라카시 물리일은 “뭄바이 빈민가들에 집단면역이 형성됐을 수 있다”며 “뭄바이 주민 중 감염을 피하려는 자들은 빈민가로 갈 만하다”라고 말했다.

인도 최대도시 뭄바이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지난 5월 코로나19 의료진에게 감사의 박사를 보내고 있다. AP뉴시스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더라도 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나면 의료붕괴로 이어져 사망률을 높이고 역시 집단면역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빈민가 환경에 더해 또 다른 이유가 있어야 한다. 두번째 요인은 빈민가 사람들의 연령대였다. 통상 빈민가 거주자들의 평균 수명은 중상층 계급보다 짧다. 다수가 아동기와 청년기에 사고와 질병, 영양실조로 죽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거주민 다수는 아동과 젊은 부모로 구성돼있고 노인층은 상대적으로 적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됐는데도 중증환자가 적었던 이유다. 뭄바이 빈민가 거주민 상당수는 감염 사실조차 모른 채 항체가 형성됐다.

집단면역의 영향인지는 알수 없지만 뉴델리와 함께 인도의 코로나19 진앙이던 뭄바이는 최근 눈에 띄게 신규 확진자가 감소하고 있다. 인도의 신규 확진자가 최근 7일 연속 하루 4만명대를 기록하는 가운데 이례적인 상황이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집단면역 전략에 강력한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SNS 질의응답에서 “집단면역을 목표로 삼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질병을 통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