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따르지 않은 채 원칙이나 일관성 없이 주주 의결권을 행사해왔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특정 인사에게 문제가 있다며 이사 선임을 반대해놓고는 다른 회사 주주총회에서는 입장을 뒤집어 동일인에게 찬성표를 던지는 등 오락가락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운영 등 국민연금 관리 실태 전반을 점검한 감사 보고서를 30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15년 6월 SK와 SK C&C 합병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두 회사의 합병 비율과 시점 등을 고려하면 합병이 주주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내부 전문위원회 판단에 따랐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합병에 따른 존속법인 사내이사로 조대식 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선임하는 안건에도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9개월 후인 2016년 3월 SK네트웍스 주주총회에서 조 의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이듬해인 2017년 3월 조 의장의 SK텔레콤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에도 역시 찬성했다. 그가 국가기관의 처벌이나 제재 등을 받지 않아 반대할 만한 특이사항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국민연금의 입장은 1년 만에 다시 뒤집어졌다. 국민연금은 2018년 3월 조 의장을 SK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동의하지 않았다. 3년 전 SK와 SK C&C 합병 당시 나왔던 전문위원회 판단을 근거로 조 의장이 이사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조 의장을 SK네트웍스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데도 반대했다.
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를 저지르던 당시 경영진이었다는 이유로 이사 선임을 반대한 사례도 있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박동혁 전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을 한국카본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2016년 10월 분식회계에 따른 손실 책임을 물어 대우조선해양 등에 489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는데 박 전 부사장도 소송 당사자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감사원에 따르면 박 전 부사장 개인은 분식회계와 관련해 과징금 부과나 해임 권고, 검찰 기소 등 법적 처벌이나 제재를 받은 적이 없었다. 감사원은 “분식회계와 관련해 국가기관이 책임을 묻지 않은 임원 후보에 대해 전문위원회 판단을 요청하지 않은 채 기업가치 훼손 등의 이력이 있는 자로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