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진범 잡은 황상만 형사의 고백

입력 2020-07-30 17:37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방송 화면 캡처

18년 만에 진범이 잡힌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담당 형사가 억울했던 지난 수사 과정을 전했다.

지난 29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의 진범을 잡은 황상만 전 경찰관이 출연했다.

이날 황상만 전 경찰관은 “강력반을 맡고 있었을 때 택시 강도 사건이 터졌다”며 “사건 수사를 하다 보니 범위가 전북 전주, 익산까지 넓어졌다. 거기서 택시 강도를 하고 아직 안 잡힌 사람이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고 약촌 오거리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운을 뗐다.

황 전 경찰관은 “이 문제로 수사과장부터 서장과 회의를 거듭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잘못되면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고민 끝에 팀원들을 모아 약촌 오거리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범인을 숨겨준 친구의 진술을 바탕으로 진범의 자백까지 받는 데 성공했지만 검찰은 피의자들의 진술 외에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계속 영장을 기각했다.

그는 “주변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했다. 확정된 사건을 가지고 이런저런 분란을 일으키느냐고 했다”며 “신뢰성 입증을 위해 전국을 다니며 1년간 해당 사건을 수사했지만 결국 지구대로 좌천됐다”고 전했다.

그 후 황 전 경찰관은 “화가 나서 술을 계속 먹다 보니까 뇌경색이 왔다”며 “뇌경색으로 언어장애가 왔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팀장이라 근무 지시도 해야 하는데 말이 안 나오니까 종이에 (지시사항을) 썼다”며 “말을 돌아오게 하려고 혼자 노래방에 갔다. 두 시간 동안 혼자 마이크에 대고 악을 쓰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다. 지금도 특정 단어가 잘 안 나온다. 어디 가서 하소연 못 한다. 내가 저지른 일이니까”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그로부터 9년이 지난 2012년 박준영 변호사가 찾아와 재심 사건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며 “처음에는 몸도 마음도 지쳐 있어서 거절했으나, 아내의 조언에 힘을 얻어 결국 진범을 잡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전주지검 군산지청 수사관들이 2016년 11월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김모씨를 경기도 용인에서 체포해 압송하고 있다. 뉴시스

영화 ‘재심’의 소재가 됐던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은 지난 2000년 8월10일 새벽 전북 익산시 약촌 오거리에서 택시 기사가 살해된 사건이다. 당시 15세였던 목격자 최모씨는 진범의 자백이 있었음에도 범인으로 몰려 10년가량을 억울하게 복역했다.

이후 출소한 최씨는 2013년에야 경찰의 강압으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그는 2016년 법원의 무죄 선고로 16년 만에 누명을 벗었으며, 진범은 2018년 법원으로부터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송혜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