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일부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응책으로 제기됐던 ‘집단면역’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전염병 창궐을 방치하는 꼴로 인명피해만 늘어날 것이라는 중대 경고다.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29일(현지시간) SNS를 통한 질의응답에서 집단면역에 대해 “어떤 면에서는 질병을 통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현재 참상을 볼 때 용납할 수 없는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집단면역은 특정 지역의 주민 대다수가 바이러스에 노출된 뒤 면역력을 갖게 돼 더는 쉽게 확산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항체를 가진 사람이 다수가 되면 바이러스는 차단되거나 확산이 느려져 면역력이 없는 소수까지 보호할 수 있다. 전체의 60% 이상이 항체를 보유하면 통상 집단면역에 성공한 것으로 본다.
라이언 사무차장이 주목한 부분은 백신이 없는 현시점에서 항체 보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코로나19에 노출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집단면역 형성에 필요한 항체 보유율이 얼마든 간에 우리는 그 근처에도 못 갔다”며 “그 수치에 도달하려면 바이러스가 지역 사회에서 더 많이 퍼져야 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단면역의 무책임성을 강조하고, 코로나19로 벌어지는 참상을 지켜보라고 권고했다. 항체 보유율이 높아질 때까지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설사 환자가 생존하더라도 심혈관계·신경계 등에 장기적인 손상을 입을 거란 지적이다.
실제 스웨덴은 집단면역에 가까운 방역 대책을 내세웠다가 쓴맛을 봤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엄격한 봉쇄조치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집단면역을 추진했지만, 최근까지도 수도 스톡홀름 시민들의 항체 보유율은 저조한 수준에 그쳤다. 특히 노인 사망률이 급증해 실패한 대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스웨덴과 달리 인도 뭄바이 3개 지역 주민 6936명 가운데 빈민가 거주자의 57%가 항체를 보유했고 최근에는 신규 확진 사례가 급감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집단면역 상태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WHO의 경고처럼 코로나19에 있어서는 집단면역이 도박일 수 있는 이유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