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의지 있으니 재실사에 응하라’는 HDC현산, ‘못 믿겠다’는 아시아나

입력 2020-07-30 16:20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이 30일 각각 입장문을 내고 인수합병(M&A) 계약에 차질이 빚어지는 책임을 상대측에 물었다. HDC현산은 ‘재실사 제안은 계약 파기의 명분 쌓기가 아니다’며 재실사에 응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이에 금호산업은 “이미 영업·재무 상태 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다”며 계약을 서둘러 진행하지 않으면 해제하겠다고 받아쳤다.

HDC현산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최근 아시아나항공에 재실사를 제안했는데도 금호산업 측은 이를 무시한 채 전날 계약 해제 및 위약금 몰취를 예고하는 내용 증명을 보냈다”며 “진정성 있는 현산의 재실사 제안이 계약금 반환을 위한 명분 쌓기로 매도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실사에 응하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24일 현산은 다음 달 12주간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들에 대해 재실사를 하자고 제안했었다. 현산은 “지난해 반기 재무제표를 보고 인수 계약을 맺은 이후 갑작스레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의 당기순손실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의 재무 상태를 원점에서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회계연도 내부회계 외부감사에서 ‘부적정’ 의견을 받은 점도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빚을 숨겨 놓았다가 인수 계약 후 재무제표에 반영했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이라며 “재실사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가격을 재산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HDC현산이 이미 계약 파기를 결정해놓고 책임을 미루기 위해 재실사를 제안한 거라는 업계 분석도 적지 않다.

이에 금호산업은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재실사가 필요 없는 이유를 요목조목 짚었다. 금호산업은 “늘어난 채무나 차입에 대해 이미 재차 설명했는데도 현산은 충분한 설명이 없었던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거래 종결을 회피하면서 책임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전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호산업은 부채가 증가한 이유에 대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FRIC) 변경에 따른 것”이라며 “현금 흐름과 무관한 리스 부채”라고 말했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그간 비용으로 처리했던 리스비용을 부채로 잡는 바람에 재무제표상 부채가 급증한 거라는 설명이다. 이어 “이미 올해 1월부터 인수준비위원회 활동을 거치며 충분한 설명을 해왔는데 이를 문제 삼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재실사 요구가 결국 거래 종결을 회피하거나 지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밖에 안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양측 모두 여전히 M&A가 성사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현산 측은 투명하고 공개적인 재실사를 위해 채권단의 참관 혹은 공동실사를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금호산업은 현산이 인수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경영을 위한 협의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