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할수록 재산 늘어…슈퍼리치 ‘가족재단’ 기부의 역설

입력 2020-07-30 15:42
미국 달러. iStockphoto

전 재산의 상당 부분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억만장자들의 재산이 분석결과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알자지라는 29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정책연구소(IPS)가 최근 발간한 ‘부자들의 기부(Glided Giving)’ 보고서에 따르면 자선단체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에 기부를 약속한 슈퍼리치들의 재산이 오히려 늘었다고 보도했다. ‘기빙 플레지’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가 함께 설립한 자선단체다.

매체는 기부속도보다 재산증식 속도가 더 빨라서이기도 하지만 억만장자들이 기부를 ‘가족재단’에 하면서 절세와 현금축적 효과를 누렸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기부를 약속한 억만장자 62명의 재산은 2010년 3760억달러(약 447조1000억원)에서 올해 7월 현재 7340억달러(약 872조9000억원)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10년간 재산이 1783% 증가했으며, 이를 비롯한 9명의 슈퍼리치의 재산 증가율은 200%를 넘겼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AFP연합뉴스

억만장자들 재산을 추산하는 데는 현재의 통화가치가 적용됐다.

IPS는 “슈퍼리치들의 재산을 불리는 속도가 기부 한계를 넘어서는 점도 일부 영향을 줬다”면서도 “주된 이유는 이들이 가족이 설립한 재단 등 사립재단이나 기부자조언기금(DAF)에 기부하면서 절세 효과를 얻어 궁극적으로는 현금을 쌓아두는 효과를 얻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기부자조언기금은 기부자가 자신이 기부해 조성한 기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방향 등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IPS 분석결과 미국 전체 자선 기부액 중 현장 자선단체가 아닌 재단에 기부된 자금의 비율은 1989년 4%에서 2019년 12%로 증가했다. 또한, 감세 혜택을 받는 사립재단은 2005년 7만1097개에서 작년 11만9791개로 68% 늘었다.

이들의 자산은 같은 기간 5510억 달러(약 654조9000억원)에서 1조2000억 달러(1426조4000억원)로 118% 늘었다. 기부자조언기금에 기부된 금액은 2014년 200억 달러(약 23조)에서 2018년 370억 달러(약 43조원)로 86% 증가했다.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왼쪽)와 그의 전 아내 메켄지 스콧. 게티이미지뱅크

IPS는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의 전처인 메켄지 스콧을 기부의 모범으로 꼽았다. 그는 사립재단이나 기부자조언기금에 기부하지 않고 현장 자선단체에 직접 전달했다는 이유에서다.

스콧은 전날 이혼합의금 가운데 17억달러(약 2조207억원)를 인종평등과 환경보호 등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 116곳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