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금 많이 쌓아 놓은 대학은 등록금 환불해도 정부 지원 없다

입력 2020-07-30 15:25

누적적립금 1000억원이 넘는 대학들은 등록금 일부를 학생에게 돌려줬더라도 국고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종전에 지급하던 장학금을 줄이고 등록금 환불을 했다면 ‘대학의 자구 노력’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의 ‘대학 비대면 교육 긴급 지원사업 기본 계획’을 30일 발표했다. 이번 사업은 등록금을 환불한 대학에 정부가 국고로 간접 지원하는 내용이다. 대학생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원격 수업이 이뤄져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다며 등록금 환불을 요구해왔다. 정부·여당은 대학생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1000억원(4년제 760억원, 전문대 24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교육부 발표는 추경에서 확보한 국고를 대학에 어떻게 분배할지 계획을 밝힌 것이다.


적립금 1000억원 이상 대학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4년제 20곳, 전문대 1곳이 해당한다(표 참조). 교육부 관계자는 “2018회계년도 기준으로 21곳인데 지원 대상은 2019회계년도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지원 제외 대학이) 변동될 수 있지만 대동소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립금은 대학들이 미래에 대비해 비축해놓은 자금이다. 그동안 일부 대학들은 거액의 적립금을 쌓아놓고 학생에게는 인색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다만 허리띠를 졸라매 충실하게 미래를 대비해온 대학은 역차별로 받아들일 수 있다.

1000억원 미만이어도 적립금이 많을수록 불리하다. 예를 들어 A대학은 등록금 환불에 10억원을 지출했고 적립금은 900억원이다. 이 경우 등록금 환불에 소요된 예산에 0.5를 곱해 지원 예산을 산출하게 된다. 절반만 인정해주는 것이다. B대학은 10억원을 지출했지만 적립금이 400억원이다. 이 경우 등록금 환불에 들어간 예산 10억원을 모두 인정해준다. 900억~1000억원 미만은 절반, 800억~900억원 미만 60%, 700억~800억원 미만 70%, 600억~700억원 미만 80%, 500억~600억원 미만 90%, 500억원 미만 100%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교내외 장학금을 깎아 등록금 환불에 썼다면 정부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 예를 들어 대학이 등록금 환불에 10억원을 지출하면서 성적우수 장학금 5억원을 깎았다면 대학이 등록금 환불에 실질적으로 쓴 5억원만 인정해준다. 원래 학생에게 돌아갈 돈을 줄여 생색내는 ‘꼼수’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정부가 지정한 ‘부실 대학’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다만 중대한 부정·비리를 저질렀던 대학은 지원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응 긴급지원하는 한시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부정비리대학은 제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오는 9월 18일까지 대학들로부터 사업계획서를 받고 10월 중으로 대학별로 확정된 사업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