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포항지진특별법 시행령 포항시민들 분노

입력 2020-07-30 14:43 수정 2020-07-30 14:48
지난 22일 경북 포항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포항시 북구 흥해읍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포항지진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

정부가 지난 27일 입법예고한 ‘포항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포항지진특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경북 포항지역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피해구제 지급률을 70%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행령에는 지원대상과 피해범위 산정기준, 지원금 결정기준, 피해자 인정 및 지원금 지급절차, 경제활성화 및 공동체회복 특별지원방안 시행절차 등이 담겨 있다. 시행령 개정안은 9월부터 시행된다.

포항지진특별법에는 ‘국가는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피해구제를 위한 지원금을 지급한다’라는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령에는 70% 지급률과 유형별 지급한도를 정하고 있다.

이는 특별법에 근거도 없고 입법 취지를 벗어나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동대학교 이국운 교수는 지난 28일 포항시청에서 열린 ‘포항시 촉발지진 진상규명 및 피해구제 자문단’ 긴급 대책회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지급한도와 지급률 70% 규정은 법리상 전혀 맞지 않다. 위헌 소지가 있다”며 “예산에 맞춰 지원할 것이 아니라, 특별법의 규정대로 실질적 피해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문단은 지원금 지급한도 폐지, 지급비율 100% 반영, 간접피해에 대한 지원범위 확대, 경제활성화 및 공동체 회복 특별지원방안 등을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한동대학교 신은주 교수도 “피해를 인정하고도 70%를 지원한다는 것은 지원받지 못한 30%를 소송을 통해 구제받으라는 이야기”라며 “시행령이 오히려 피해주민들의 대규모 소송을 부추기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포항시는 다음 달 13일까지 시행령 주요내용과 의견제출 방법이 담긴 홍보물을 제작·배부하고, 시민들이 산업부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홍보할 방침이다.

포항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시행령 개정을 요구하며 다음 달부터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지난 29일 성명서를 통해 “지금까지 국내에서 제정된 여타 특별법과 시행령에 지원 한도와 비율을 규정해 지원한 사례가 없었다”면서 “이번 시행령은 지역 차별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시의회도 30일 긴급 임시회를 개최하고 정부의 대책마련과 시행령 개정을 촉구하는 대 정부 성명서를 채택했다.

시의회는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으로 촉발된 인재’로 판명난 만큼 피해받은 시민이 정부로부터 정당하고 실질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촉구했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