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美 코로나 백신 연구성과 훔치다 들켰나…FBI 텍사스대 수사

입력 2020-07-30 12:34
미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AFP연합뉴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연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과 관련해 텍사스대학을 조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 결정을 내린 것은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정보 절도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의 불법 스파이 활동 의혹과 관련, 코로나19 백신 후보 연구에 공헌을 한 텍사스대가 FBI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텍사스대는 지난 27일 교수와 연구진에게 이메일을 보내 “지난주 FBI로부터 수사 사실을 통보받았다”며 “이는 현재 진행중인 국가적인 상황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FBI는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연구를 포함, 미국 대학들의 연구 성과를 불법 취득하려 시도한 점과 이에 대한 중국 총영사관의 역할을 조사하기 위해 연구원들과 접촉할 것”이라며 “우리 연구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전 사항을 계속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현재 FBI가 누구를 접촉해 무엇을 조사할 계획인지 알 수 없으며, 현재 진행 중인 연구 관련 정보나 세부사항을 아직 FBI 요원들과 공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텍사스대 연구팀은 현재 유력한 코로나19 백신 후보 개발에 기여했다. 이들 백신 중 일부는 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인식하도록 면역체계를 훈련시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텍사스대 분자생물학과의 제이슨 맥렐런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현재 미국 제약사 모더나와 노바백스가 각각 개발중인 백신에서 사용된 합성 스파이크 단백질을 설계했다. 두 백신 후보는 미국에서 임상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맥렐런 교수팀의 핵심 멤버인 중국 출신의 왕녠솽 연구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형체 변형 스파이크 단백질을 안정시키는 유전적 돌연변이를 규명한 인물이다.

텍사스대는 이번 조사 대상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연방 요원들이 범죄나 국가 안보 수사를 이유로 연구원들과 상담을 요청하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며 외국인 연구원들이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 법무부는 앞서 코로나19 백신 개발 정보 등 각종 기업정보를 노린 사이버 첩보작전과 관련해 중국인 리 샤오위와 둥 자즈를 기소했다.

이들은 중국 국가안전부(MSS)와 연계해 첨단기술 기업과 제약회사, 반체제 인사 등을 대상으로 10년간 광범위한 해킹을 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해킹 대상은 첨단기술 및 제약,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기업이 대부분이었으며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검사 기술 관련 연구를 하는 생명공학 기업 등의 네트워크 취약성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미국은 지난 21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스파이 활동과 지식 재산권 절도의 근거지로 지목하고, 72시간 이내에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3일 ‘중국 공산당과 자유세계의 미래’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에 대해 “중국의 스파이 활동과 지식재산권 절도의 본거지”라고 비난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측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다”며 “중국이 이미 백신 연구와 개발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기 때문에 절도로 우위를 확보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