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과테말라의 병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한 환자들의 시신 처리를 위해 집단 가매장을 하거나 전용 묘지를 마련하고 있다.
AP통신 29일(현지시간) 쏟아지는 신원미상 시신에 집단 가매장을 하고 있는 과테말라 병원 상황을 전했다. 한 병원은 “코로나19 증세가 심각해 위중한 상태로 입원해 자기 신원정보를 말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환자가 많다”며 “혹시 유족들이 찾을 경우를 대비해 사진으로 이들의 얼굴만 촬영해 시신 가방에 넣고 한 자리에 모아둔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국의 코로나19 방역 규칙상 사망자는 최대한 빨리 매장하게 되어 있어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전했다.
과테말라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이날 기준 4만7000명, 사망자는 1800명이 넘는다. 수도 과테말라시티 최대 병원인 산후안 데디오스 병원은 63명의 신원미상 사망자 중 처음으로 지난 4월 25일 숨진 20대 여성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매장했다고 밝혔다.
과테말라 보건당국의 공립묘지국장 바이런 푸엔테스는 “지금까지 묻힌 41명의 남성과 22명의 여성은 아직 유족이 찾아오지 않았다”며 “다만 이들을 ‘XX’로 표기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과테말라의 또 다른 대형병원인 루스벨트 병원의 병리학과장 루이스 차베스 박사는 “직원들이 미확인 사망자의 친척을 찾기 위해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방역 상의 이유로 시신 가방을 열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유족이 찾아올 경우 확인을 위해 시신 가방의 얼굴 부분을 투명하게 만들어 보관한다고 전했다.
차베스 박사에 따르면 “몇 주 전 택시를 타고 온 여성 환자가 입원 직후 증세가 악화해 신원을 말하지 못한 채 숨졌다”며 “‘XX’로 표기된 이 환자의 시신을 시신처리 규정상 이틀을 넘기면서까지 기다린 끝에 유족들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신 가방에 얼굴 부분이 보여 유족들이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차베스 박사는 병원 측이 사후 6시간 이내에 유족들이 찾으러 오지 않는 시신들을 냉동 트레일러에 임시로 보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의 신원을 임의로 조회해 유족을 찾기는 힘든 실정이다. 사망자의 신원을 찾기 위해선 국가 데이터베이스의 지문이나 신분증 데이터를 사용해야 하지만, 국립주민등록소를 통해 신원을 조회하려면 판검사나 법의학연구소 등 관련 공무원의 허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시신은 성별과 대략의 추정 나이만을 표시해 시신 가방에 남겨둔다.
과테말라 수도권 지역의 신원미상 시신들은 수도인 과테말라시티 근처 베르베나 묘지에 매장되고 있다. 이곳에 묻힌 이들의 묘지에는 달랑 번호만 적혀 있을 뿐이다. 당장 시신을 찾으러 온 유족들이 알아볼 수 있는 단서가 너무 적은 상태다.
더군다나 감염병으로 인해 사망한 자의 시신을 이장이나 재발굴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어 재확인도 불가능하다. 이를 허락받기 위해선 법원의 예외적 허가증이 필요하다. 병원 측 관계자는 이 때문에 아직 병원들은 매장한 시신을 찾으러 오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