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아시아축구연맹(AFC) 주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일정이 앞서 예정된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지침이 유지된다는 전제지만, 관련 부처는 모두 현 상태라면 국제스포츠 경기를 자가격리 지침 예외로 두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남자 축구대표팀은 10월 8일과 13일 투르크메니스탄과 스리랑카와의 월드컵 2차 예선 경기를 앞두고 있다. 이 일정을 소화한 뒤 자가격리 2주 기간을 거친다면 해당 선수들은 10월 17일부터 11월 1일 사이 말레이시아 등에서 열릴 예정인 ACL 조별예선 경기 참가가 어려워진다. 30일까지 국민일보가 관련 부처·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 질병관리본부 등에 문의한 결과 이들은 모두 현 사태가 유지되는 한 자가격리 대상 예외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었다.
절차대로라면 자가격리 대상에서 제외되기 위해서는 지침상 제외 조건에 해당하는 각 개인이 현지 대사관이나 영사관의 격리면제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현재처럼) 유지된다면 스포츠만 자가격리 지침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라고 답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 역시 “지침 상 자가격리 예외 사례에 스포츠는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전례가 있지 않는 이상 쉽게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해외 대사관과 영사관 관할 부처인 외교부는 “격리면제서 발급 관련지침에 따라 공관과 협조해 격리면제서를 발급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부 지침 상 자가격리 예외 대상은 ‘외교나 공무, 중요한 사업상 목적(계약, 투자 등), 학술적 목적(국제대회), 기타 공익적 또는 인도적 목적 등 방문 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로 한정된다. 이중 ‘인도적 목적’이란 본인이나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형제자매(2촌)의 장례식 참석 등을 말한다. 국제 스포츠 경기는 자가격리 예외가 된 사례가 아직 없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지난 3월 펜싱 대표팀 모 선수가 해외 국제대회 출전 뒤 자가격리 권고를 무시하고 국내여행을 다녀왔다가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도 있어 정부 부처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K리그 각 구단은 이대로라면 곤란하다는 분위기다. 대표팀에 소집된 선수가 일정 뒤 자가격리까지 거쳐야 한다면 경기장소 국가에 입국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전력에 치명적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복수의 선수가 대표팀에 소집됐던 한 K리그 구단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선수가 부상을 당하지 않는 이상 구단이 대표팀 소집을 거부할 수는 없다”면서도 “해당 선수들이 ACL에 못나간다면 전력 누수가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주전 최소 4~5명 대표팀 소집이 예상되는 다른 구단 관계자도 “정말 복잡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어느 쪽에 항의를 해야 할지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10월 8일과 13일 월드컵 예선 경기가 강행된다면 K리그 일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10월 4일을 기점으로 정규 라운드가 끝나긴 하지만 이후 남은 파이널 4라운드 일정은 조정되지 않는 이상 월드컵 예선 경기 뒤 자가격리 기간과 겹치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다음달 중순 안에 리그 일정을 조정해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파이널 라운드 일정을 최대한 당겨 10월 4일 안에 모두 마치느냐, 그 안에 2~3경기라도 최대한 치르느냐 크게 두 가지 경우의 수가 거론 중이다. 이렇게되면 리그와의 일정 충돌은 해소되지만 일정이 지나치게 빡빡해지는 게 골치다.
10월 일정만 문제가 아니다. 자가격리를 거쳐야 한다는 전제 하에 ACL 일정을 소화한 선수 중 대표팀에 새로 소집되는 선수가 생긴다면 자칫 11월 12일과 17일에 각각 예정된 북한, 레바논과의 월드컵 2차 예선 경기, 혹은 이를 대비한 소집 일정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표팀 경기 주관 기관인 대한축구협회는 발표된 ACL 일정에 따라 10월 28일에 열릴 예정이던 FA컵 4강전 일정도 조정할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는 “(자가격리 예외 관련해)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만큼 관련 부처 등 유관기관과 협의하고 설득해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