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선언을 한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는 자국 출신 사무총장을 뽑아야 한다며 회원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차기 수장을 선출하기 전 두 달만 일할 임시 총장이지만 미국이 중국·유럽과의 무역갈등 국면에서 유리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자국 출신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WTO는 호베르투 아제베두 현 사무총장의 뒤를 이어 2개월가량만 한시적으로 조직을 이끌 임시 리더십의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기 1년을 남기고 조기사임하는 아제베두 총장이 내달 말 물러나면 11월 차기 총장 선출 때까지 두 달간 수장 공백 상태로 보내야 할 상황이다.
이러한 사태의 원인은 미국의 고집 때문이다. 중국·유럽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회원국에 자국 출신 앨런 울프 사무차장이 임시 총장을 맡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울프 차장은 전문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지만, 자국이 벌이는 무역전쟁 국면에서 지정학적 긴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갈등 당사국인 중국, 유럽 등이 반대 입장을 표명한 이유다.
WTO 회원국들은 오는 31일 회의에서 관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총장 대행이 임명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독일 출신의 칼 브라우너 사무차장이 유력한 총장 대행 후보로 꼽혔지만, 미국이 자국 출신 앨런 울프 사무차장을 고집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며 “WTO 사무총장 대행이 지명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WTO 차기 총장 선거에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8명이 뛰어든 상황이다. 차기 수장은 11월 초 뽑힌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