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김규봉 감독과 장 선수도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했으면 좋겠습니다.”
김규봉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감독과 장윤정 선수의 영구 제명 결정 소식을 들은 고(故)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씨는 이렇게 말했다. 집이 있는 경상북도 칠곡으로 내려가는 길에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결과를 접한 그는 “당연히 나와야 하는 결과가 나와서 다행스러우면서도 딸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이날 대한체육회는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공정위를 열고 “철인3종 폭력 사건 관련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재심의 결과, 혐의자 3인에 대한 재심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대한철인3종협회 공정위가 6일에 내린 징계대로, 김규봉 감독과 장 선수는 영구제명돼 다시는 트라이애슬론 지도자와 선수로 뛸 수 없다. 뒤늦게 사과한 김도환 선수도 10년 자격 정지 처분이 확정됐다.
최영희씨는 “김규봉 감독과 선수들도 사실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지 않은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재심의를 신청하면서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숙현이가 그렇게 세상을 떠난 뒤에 추가 피해자들이 나왔다. 당연히 가해 혐의자들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숙현이의 억울한 사연을 세상에 알려준 많은 분과 용기 내 증언해준 동료들에게 고맙다”며 “이런 결정을 내려준 공정위에도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숙현 선수와 가족은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수사 기관(경찰, 검찰), 체육 단체(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 지자체(경주시청) 등에 피해를 호소했는데, 최 선수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가해자들이 처벌을 받게 됐다. 김규봉 감독과 장 선수, ‘팀 닥터’라 불린 안주현씨는 경찰 수사도 받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로 올라온 최씨는 대한체육회 공정위 전에 열린 이사회를 앞두고 트라이애슬론 실업팀 선수들을 위해 “대한체육회가 대한철인3종협회를 준가맹단체로 강등하는 건, 숙현이가 원하는 게 아니다. 숙현이는 남은 동료들이 좋은 환경에서 훈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씨와 선수들의 바람대로 대한체육회 이사회는 철인3종협회를 강등 처리하지 않고, 관리단체로 지정했다. 최씨는 “숙현이 장례식에서 동료 선수들이 많은 위로를 해줬다. 내가 조금이나마 선수들을 도운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