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정진웅’ 육박전의 재구성…진실은 CCTV가 안다?

입력 2020-07-30 00:03
한동훈(왼쪽 사진) 검사장과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연합뉴스

‘검언유착 의혹’ 채널A 기자 사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수사팀장과 한 검사장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현직 고위 검사 간에, 그것도 수사 과정에서 언쟁도 아닌 육탄전이 벌어졌다는 사실 때문에 한 검사장 사무실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한 검사장은 수사팀을 이끄는 정진웅(52·29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에게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다는 입장이지만, 정 부장검사는 되레 물리적 방해를 받고 넘어져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육탄전의 시작…폰 열자 정진웅이 덮쳤다

29일 서울중앙지검과 한 검사장 측의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사무실에서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가입자 식별 모듈·USIM) 압수를 시도했다. 한 검사장이 소환에 불응해 이뤄진 집행이었다.

몸싸움은 한 검사장이 현장을 지휘하던 정 부장의 허가를 받고 변호인에게 휴대전화로 연락을 하기 위해 비밀번호를 푸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한 검사장 측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휴대폰 비밀번호를 풀려고 하자 갑자기 소파 건너편에 있던 정진웅 부장이 탁자 너머로 몸을 날리면서 한 검사장의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한 검사장 몸 위로 올라타 한 검사장을 밀어 소파 아래로 넘어지게 했다”며 “그 과정에서 정 부장은 한 검사장 위에 올라타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얼굴을 눌렀다. 일방적으로 부당하게 독직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한 검사장 측은 현장에 목격자도 다수 있다고 했다.

법무부가 애초 30일 개최하려던 검찰인사위원회를 취소한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검찰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정 부장 측은 서울중앙지검 입장문을 통해 “한 검사장이 소환에 불응함에 따라 현장 집행에 착수했고, 그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물리적 방해 행위 등으로 인해 담당 부장검사가 넘어져 현재 병원 진료 중”이라고 반박했다. 또 한 검사장이 현장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했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확보하려는 차원의 행동이었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상적인 통화가 아니라 저장된 정보를 삭제 또는 변경하려는 시도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충분히 있어 제지하고 휴대전화를 확보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 검사장은 “본인이 통화를 명시적으로 허락한 데다 비밀번호를 안 풀고 어떻게 전화를 하느냐”며 “모두가 지켜보는데 무슨 정보를 지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황당해했다.

폭행 후 양측은 서로 다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부장검사는 현재 일반병원에서 종합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고 있다. 반면 한 검사장 측은 “넘어진 건 오히려 한 검사장”이라며 “곧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진웅 대 한동훈 진실게임

양측 의견은 몸싸움 발단이나 과정뿐만 아니라 이후 대응 과정을 놓고도 갈린다. 한 검사장은 정 부장에게 압수수색과 향후 수사 절차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한다.

한 검사장 측은 “폭행 당사자인 정진웅에게 압수수색 절차와 수사절차에서 빠질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으나, 이를 명시적으로 거부했다. 그러다가 오후 1시30쯤 변호인이 도착해 항의하고 나서야 입장을 바꿔 본인이 빠지겠다며 돌아갔다”고 했다.

지난 24일 한동훈 검사장이 대검찰청에서 열린 수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수사팀은 정당한 압수수색이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정 부장을 수사에서 제외하라는 한 검사장 측 요구를 수용할 이유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수사팀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 검사장이 증거인멸을 시도하며 물리적으로 영장 집행을 방해한 만큼 압수수색 집행 당시 CCTV 영상과 목격자 증언 등을 토대로 진상을 규명해 공무집행방해 등 추가 혐의 적용까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압수수색 상황 일부는 검찰 측에서 영상으로 촬영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논란이 되는 육탄전 장면이 영상에 담겼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 검사장 측은 이에 대해 “중앙지검의 입장은 거짓 주장이다. 일방적으로 폭행당한 것”이라며 “뻔한 내용에 대해 거짓 주장을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재차 반박했다. 한 검사장 측은 또 이날 정 부장검사를 서울고검에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하고 감찰을 요청했다.

정진웅과 한동훈은 누구

정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보다 나이는 5세 위지만 사법연수원은 2기수 아래다. 전국 형사 부장 중 최선임에 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을 맡고 있으며 검언유착 사건의 수사팀장이다.

한 검사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인사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은 물론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까지 맡아 구속시킨 특수통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