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카페, 야외좌석 난방 금지…“코로나로 올해는 예외”

입력 2020-07-29 18:13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 23일(현지시간) 시민들이 노천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AFP 연합뉴스

프랑스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겨울철 노천 카페에서 난방기구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도입한다. 계절과 상관없이 카페를 즐기는 문화가 발달한 프랑스인들에겐 큰 변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바바라 퐁필리 프랑스 환경부 장관이 전날 브리핑에서 카페와 레스토랑 야외좌석의 난방을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할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는 탄소 배출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프랑스에 녹색경제 바람이 불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시민 기후 협의회 구성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 150억 유로(약 2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퐁필리 장관은 “환경적 일탈이자 정당하지 않은 에너지 소비 관행을 끝내려는 것”이라면서 “0도까지 내려가는 겨울에 테라스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테라스를 완벽하게 난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프랑스 정부의 발표는 코로나19로 올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페·레스토랑업계의 원성을 사고 있다. 카페 문화가 발달한 프랑스에선 테라스 좌석에 전기나 가스로 작동하는 난방기구가 설치돼 있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코로나19로 이미 절망에 빠졌다”면서 “이 정책을 도입하는 건 정부가 2차 타격을 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프랑스의 카페와 레스토랑들은 코로나19에 따른 이동제한으로 지난 3월 이후 3개월 가까이 영업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다시 문을 연 영업장들도 입장 고객 수 제한 등 방역 조치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 많은 손님을 채울수가 없어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야외 좌석을 넓히고 있기도 하다.

프랑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업계의 경영 정상화와 새 정책에 대한 적응 기간을 고려해 올 겨울에는 정책을 의무화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업계의 불안은 여전하다. 내년 봄 이후엔 정책이 시행되는데 코로나19 유행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탓이다.

NYT는 “파리에만 70%의 카페 테라스 좌석에 난방기구가 마련돼 있다”면서 “기후 위기와의 싸움을 본격화하려는 시점에서 테라스의 난방기구들은 시대착오적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근 몇 개월 사이 프랑스의 몇몇 도시에선 실외 난방기구를 금지하기도 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