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교수, 학생들 유전자 동의서 없이 5년간 무단 채취”

입력 2020-07-30 00:01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학생들에게 성희롱과 폭언을 한 의혹으로 학내 조사를 받는 고려대 의대 교수가 유전자 무단 채취 의혹으로 또다시 학내 기관의 조사를 받게 됐다.

29일 고대 의대 소속 대학원생 4명은 법의학 교실 교수 A씨가 학생들의 동의서를 받지 않고 유전자 채취를 강요했다며 고려대 기관생명윤리위원회(KUIRB)에 신고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기관생명윤리위원회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의학실험 등에서 생명윤리가 확보됐는지 자체적으로 감독하는 심의기구이다. 인체 대상 연구나 인체 유래물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은 기관생명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질병관리본부에 등록해야 한다.

연합뉴스가 확보한 신고서에 따르면, 학생들은 A 교수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최소 22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유전자 활용 동의를 받지 않고 DNA와 RNA를 채취했다고 주장한다.

생명윤리안전법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의 경우 대상자로부터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관련 대학원생 20여명 중 동의서를 보거나 서명한 사람은 없다는 게 신고한 학생들의 주장이다.

학생들은 교수의 지시에 따라 하루 5번 스스로 유전자를 채취하도록 요구받았으며, 이를 거절할 경우 교수의 폭언을 들어야 했다고도 밝혔다.

또, 학생들은 한 사람이 100건이 넘는 유전자 샘플을 제공한 사례도 있으며, 유전자 채취로 인해 신체 일부가 헐어 피가 나는 등의 통증을 견뎌야 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신고자 B씨는 “교수가 학생들의 유전자를 정신질환자의 유전자와 비교하며 모욕을 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B씨의 말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학생들의 유전자가 비교군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그는 “A 교수가 학생들에게 ‘너는 우울한 유전자여서 실험을 잘 못 한다’ ‘너는 막사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정상으로(우울증이 아닌 것으로) 나온다’ 등의 말을 하며 학생들을 조롱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며 교수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며 “논문에 등재되게 해주겠다며 일을 시켰지만, 논문 어디에도 이름이 실려있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A 교수는 이와는 별개로 학생들에게 성희롱과 폭언을 했다는 신고로 고려대 인권센터와 성평등센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연합뉴스는 A 교수의 반론을 듣기 위해 학교 측을 통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밝혔다.

황금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