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호 발급, 마냥 장밋빛 아냐”

입력 2020-07-30 05:00 수정 2020-07-30 05:00

한국 게임 산업의 ‘가깝지만 먼’ 이웃이었던 중국이 다시금 손을 내밀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판호가 열리더라도 국내 게임 업계가 중국 시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이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김상현 한국콘텐츠진흥원 북경비즈니스센터장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콘텐츠미래융합포럼 국회정책토론회에서 “중국은 퍼블리셔(게임 서비스) 중심”이라면서 “최근 중국 게임사들이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판호가 열리더라도 국내 게임사들이 마냥 장밋빛을 기대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강점이 있는 분야를 파고들면서 역량을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시장의 위력은 지난 1분기에 확인됐다. 국내 게임사 ‘대장’격인 넥슨은 중국에서 장기간 흥행 중인 ‘던전앤파이터’의 꾸준한 매출 성과에 힘입어 지난 1분기 기준 매출 9045억원, 영업이익 454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게임사 중 단연 최고의 성적표다. 넥슨의 중국 시장 비중은 전체 매출의 40.5%에 달한다. 눈여겨 볼 만한 건 게임사 크래프톤의 실적이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중국 버전인 ‘화평정영’을 통해 로열티를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 3524억원(전년 동기 대비 255% 증가)을 달성하며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실적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화평정영은 지난해 중국 시장 모바일게임 부문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한 게임이다. 크래프톤은 10~15% 가량의 로열티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같이 중국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게임 시장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시장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한한령의 일환으로 지난 2017년 3월 이후 한국 게임에 대해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라이선스)를 한 번도 발급하지 않았다. 반면 중국 게임은 무분별하게 한국에 들어와 적잖게 원화를 벌어가고 있다. 현 구글 플레이 기준 매출 순위 20위 안에는 중국 게임사가 출시한 게임이 절반 가량 들어서있다.

김 센터장은 최근 중국에서 발급한 외자 판호 중 일본 게임들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사례를 들며 “일본은 유명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콘텐츠 라이센싱 전략이 강한데 중국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면서 “중국 입장에서는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게임을 수입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판호가 발급되더라도)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판호 발급이 중단되고 10조원에서 17조 5000억원의 기대 매출이 소멸했다”면서 “판호 재개는 한국 게임 산업이 재도약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늦어지며 판호 재개도 미뤄질 수 있다.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어떤 대책을 세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