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노·사·창(창업주) ‘동상이몽’…파산 막을 골든타임 지나간다

입력 2020-07-29 16:37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2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에서 이상직 의원 일가 고소고발장 접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이 파산 위기가 코앞에 닥쳤는데도 노사 간 갈등으로 ‘플랜B’ 마련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측은 무급휴직을 시행하고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려는 반면 직원들은 향후 체당금(국가가 파산한 회사 근로자에게 주는 최종 3개월분의 임금)을 못 받을 걸 우려해 무급휴직에 적극 반대한다.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실경영 논란에도 전북도당위원장 선거에 단독 입후보하는 등 책임을 회피해 비판이 일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파산 위기 극복을 위해 이스타항공에 주어진 시간은 약 한 달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앞으로 최대 한 달 간 신규 투자자를 모집해볼 방침”이라며 “법정관리 신청은 이후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재 자본잠식상태인 이스타항공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때 회생보다는 청산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스타항공은 임금 등 고정비를 줄여 시간을 번 후 제주항공에 인수합병 무산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살길’을 찾아보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노사 간 갈등으로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무급휴직과 법정관리 신청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직원간담회는 노사 간 입장차만 확인하고 마무리됐다. 이미 5개월 간 임금을 받지 못한 직원들은 회사에 불신이 쌓일 만큼 쌓여 무급휴직에 결사반대한다. 박이삼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3개월 무급 휴직을 할 경우 직원들이 밀린 임금과 퇴직금 등 체당금을 일체 받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회사의 투자자 유치 노력에 의문을 갖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 박 위원장은 “코로나19 여파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매수자가 나올지 회의적”이라며 “일부 직원들은 지금이라도 빨리 법정관리를 신청해 회생 가능성을 높일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조종사노조는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의원을 조세포탈죄 등 혐의로 고발했다. 노조는 “이 의원은 높은 매각 대금을 챙기기 위해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에만 몰두하고 고용유지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아 직원들이 피해를 봤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조만간 모기업 이스타홀딩스 대표이자 이 의원의 딸인 이수지씨도 고발할 예정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