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월북 당시 지상보다는 상대적으로 감시가 덜한 물길을 경로로 택했다. 사전조사 끝에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에 위치한 연미정 인근 배수로로 들어가 한강으로 빠져나갔다. 그는 구명조끼를 입고 가장 가까운 북한 지역인 황해도를 향해 헤엄쳐 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군 당국은 김씨가 이미 배수로를 통과해 황해도로 헤엄쳐 가는 상황을 군 감시 장비로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박한기 합동참모본부의장은 지난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7일 해당 영상을 다시 돌려보고 (수상한 점을) 식별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씨가) 물속에 목만 남기고 있어 하얀 점으로 (감시장비 화면에) 나왔다”며 “부유물과 혼재되는 상황에서 식별하기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김씨처럼 구명조끼 등을 이용해 감시 장비에 ‘점’으로 나올 경우 아예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사실상 감시 장비 자체가 무용지물이었다는 것을 인정한 발언이다. 애초에 왜 이 같은 장비를 도입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군은 이미 전방이나 해안·강안 경계에 각종 센서와 카메라를 설치하는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도입했다. 군 병력을 이 시스템으로 대체하겠다는 구상이었는데 해당 장비가 부유물과 사람을 구분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지난 3월 민간인 2명이 제주 해군기지에 무단 침입했을 때도 물체의 움직임을 감지해 경보를 울리는 감시 장비 기능이 고장 나 있었다.
감시병의 근무 상황 자체도 경계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배치된 감시병이 감시 장비를 세세하게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닌 경우다. 제주 해군기지 무단 침입 사건 때도 침입 당시 상황이 감시 장비에 포착됐다. 다만 이를 감시병들이 실시간 체크하지 못했다. 당시 감시병 2명이 70여개 모니터를 감시하는 근무체계로 드러났다. 군은 감시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했으나 이번 사태를 보면 개선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해당 지역이 해병 2사단의 관할이었다는 점도 언급되고 있다. 해병대는 적 침투를 저지하고 귀순자 안전 유도에 특화돼 있다. 월북 상황보다는 북한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목표물에 집중하는 구조다. 또 1만명 안팎인 해병 1개 사단이 경계 작업을 하기에 현재 경계 책임 구역이 너무 넓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병 2사단의 경계 책임 구역은 255㎞로 휴전선 길이인 239㎞ 보다 길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