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벼 품종 중 생육 기간이 가장 짧고 유일하게 이기작에 성공한 ‘빠르미’보다 더 짧은 기간에 수확할 수 있는 쌀이 충남에서 개발됐다.
충남도 농업기술원은 기술원 연구포장에서 벼 이기작 현장 시연회를 갖고 ‘더빠르미(충남16호)’ 개발에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도 농업기술원은 이와 함께 ‘한반도 벼 이기작 시대’가 개막됐다고도 선포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와 김명선 도의회 의장, 농업인 등 50여명이 참석한 현장 시연회는 연구 성과 보고, 빠르미 시식, 벼 이기작 수확 및 이앙 시연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빠르미는 도 농업기술원이 2009년부터 국내·외 조생종 품종을 교배해 개발한 극조생종이다. 이앙부터 수확까지 걸리는 기간은 국내 벼 품종 중 가장 짧은 70~90일에 불과하다.
기존 품종 중 생장 기간이 가장 짧은 진부올벼보다는 10일 이상, 충남 대표 품종인 삼광보다는 50일 이상 짧다.
이번에 도 농업기술원이 품종 간 교배를 통해 새롭게 개발한 더빠르미는 빠르미보다 4일가량 앞서 수확이 가능할 전망이다.
5월 12일 이앙한 빠르미의 경우 지난달 29일 이삭이 팼지만, 더빠르미는 같은 달 25일 이삭이 나왔다.
도 농업기술원은 향후 도내 각 지역에서 재배 시험을 진행한 뒤 오는 2022년 품종을 출원할 계획이다.
빠르미와 더빠르미를 개발한 도 농업기술원 윤여태 박사는 “빠르미는 타 작목 연계 재배, 농자재 사용 감소 등의 장점이 있어 품종 보급 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더빠르미는 빠르미보다 수량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밥맛은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벼의 생육 기간을 단축하면 농업용수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 등의 효과가 발생한다. 생육을 위해 많은 물이 필요한 벼는 1g의 쌀을 생산하기 위해 250g의 물이 필요하다.
실제로 국내 연간 수자원 이용량 333억t의 절반인 160억t은 농업용수로 사용되며, 이중 80%가량은 벼농사에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빠르미나 더빠르미와 같은 품종을 재배하면 짧은 생육기간 덕분에 농업용수 사용량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
또 재배기간 단축으로 비료·농약 사용량도 감축할 수 있고 시설하우스에서 재배할 경우 염류 제거 효과도 있다.
양승조 지사는 “벼 이기작 시대를 개막한 빠르미가 농업인 소득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농업의 새 미래를 열 것”이라며 “통일벼가 1975년 국민의 배고픔을 해결하고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면, 빠르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예산=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