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임대차 3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기존 2년 계약이 끝나면 추가로 2년 계약 연장이 가능하고 임대료 상승 폭은 이전 계약 임대료 5% 내로 제한한다. 실거주하지 않는데도 세입자를 내보낸 뒤 새 세입자를 받으면 손해배상을 내야 한다.
언뜻 내용만 보면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국민적 논의가 필요했다. 180석 거대 여당이 신속히 법안 통과를 추진했기에 논의할 겨를도 없었다.
뒤늦었지만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주장도 다시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하이에크는 임대료 통제 정책이 오스트리아 경제에 "지옥의 문을 열게 했다"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발간된 ‘부의 인문학’(브라운스톤·오픈마인드)은 하이에크의 주장을 알기 쉽게 요약·설명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사회민주당은 무려 100년 전 임대료 상한을 정하는 임대료 통제정책을 폈다. 서민 주거복지를 위한다는 자화자찬도 늘어놓았다.
집주인 입장에서선 적은 월세에 유지 보수비와 재산세를 내고나니 오히려 손해다. 더 이상 집을 고치지 않게 됐다. 슬럼화의 시작이다.
한편 집을 구한 세입자는 집에서 나오질 않았다. 자녀가 출가해도 집을 줄이지 않았고 거리가 먼 직장은 거부했다. 새로 나온 월세 매물은 매우 비쌌기에 이전에 계약한 싼 월세 집을 포기하는 건 멍청한 행동이었다.
이에 실업률은 올라가고 교통비가 낭비됐다. 집주인은 돈을 모을 방법이 없으니 주식에 투자하지 않았다. 경제 성장에 필요한 자금줄도 곧 막혔다.
하이에크는 임대료 통제 정책 부작용을 1931년 경고했다. 하지만 많은 나라에서 임대료 통제 정책을 펼친 바 있다. 한때 미국 뉴욕에서는 임대할 집을 구하려면 신문 부고란을 봐야한다는 말이 생겼다. 세입자가 죽어야 빈집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후 이런 말이 생겨났다. "한 도시를 완벽하게 파괴하는 방법은 폭격이 아니라 임대료 통제 정책이다."
임대료 제한 정책은 최근까지도 논쟁이 치열하다. 독일은 강화했고 프랑스는 폐지했다. 하지만 이들 나라에서도 치열한 국민 간 논의 과정이 있었다. 결국 모든 정책 결정의 책임은 국민에게로 돌아온다. 10여년 후 바뀐 경제 생태계는 지금의 정치인들이 책임지지 않는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