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한 지방검찰청의 출국금지 및 통지제외 요청과 이를 승인한 법무부의 결정이 인권침해 행위라는 판단이 나왔다. ‘통지제외’는 출국금지 및 기간연장 결정을 받은 당사자에게 결정 사실을 통지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인권위는 29일 법무부장관에게 “출국금지 및 통지제외가 남용되지 않도록 관행 및 제도를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분명한 이유 없이 출국금지 결정을 당사자에게 통지하지 않은 수사기관과 이를 무분별하게 승인한 법무부의 행위가 인권침해라는 이유다.
진정인 A씨는 지난해 12월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고소돼 검찰에서 출석 조사를 받은 뒤 지난 1월 가족과 해외여행을 위해 수속을 밟던 중 출국이 금지된 사실을 알게 됐다. 검찰청에 출국이 금지된 이유를 문의했으나 ‘수사상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A씨는 “성실히 수사를 받았고 경찰공무원 신분으로 도주 우려가 없었음에도 출국이 금지된 사실도 알리지 않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조사 결과 인권위는 A씨가 해외로 도피할 위험이 상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출국금지의 남용을 규제하는 출입국관리법에도 부합하지 않는 행위라고 봤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출국금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대상자의 범죄사실, 해외도피 가능성 등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고 이 사유를 반드시 제출하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검찰은 요청서만 제출할 뿐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이 행위가 헌법을 위배한 인권침해라고도 판단했다. 인권위는 “출국의 자유는 헌법 14조에 명시된 거주 이전의 자유에 포함되는 기본권”이라며 “출국금지처분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따라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법무부장관에게 수사기관의 출국금지와 통지제외 요청 기준을 엄격하게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통지서가 대상자에게 적절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관련 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검찰총장에게는 출국금지 남용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주문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