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초를 겪은 대구시가 이를 기억하기 위한 사업을 검토 중이다. 어려울 때 도움을 준 국민들과 의료진을 잊지 않겠다는 뜻이다.
대구시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전국에서 대구로 모인 격려편지와 당시 사투를 벌인 의료진 사진 등을 전시하는 ‘기억의 공간’(가칭)을 검토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이 사업은 대구지역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을 맡아 방역과 치료 최전선에서 감염병과 싸웠던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먼저 제안했다. 이에 권 시장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구는 대구지하철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 추모벽(기억의 공간)을 만든 경험이 있다.
코로나19 기억의 공간은 대구동산병원에 설치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와의 전투가 가장 치열했던 곳이고 현장에 많은 자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대구동산병원은 코로나19 확산 시기부터 지금가지 1000명 이상의 코로나19 환자를 돌봤다. 대구시는 조만간 대구동산병원 측과 장소 관련 논의를 할 예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아직 코로나19가 종료된 것이 아니고 2차 대유행 우려도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지만 의미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 방역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며 “관련 기관들과 협의해 일을 추진해나갈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대구시는 또 코로나19 확산 당시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구로 달려온 의료인과 자원봉사자, 소방구급대원 등 2500여명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아직은 방역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바로 행사를 하는 것은 어렵지만 방역 상황 등을 고려해 상황이 안정됐다고 판단될 때 행사를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2차 대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방역의 고삐도 늦추지 않기로 했다. 대구시는 지역 보건의료 현황을 분석해 정책을 개발하는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을 운영한다. 정책연구팀, 기술지원팀 등 2개 팀으로 구성되며 각종 정책 개발과 기술 지원, 의료 연계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시는 지난해 10월 관련 조례를 제정해 예산을 확보했다. 최근 수탁 기관인 경북대병원을 통해 인력도 확보했다.
김재동 대구시 시민건강국장은 “지원단을 통해 지역 보건의료 산업의 전문성을 높일 것”이라며 “기존 보건의료 관련 조직들을 연계해 공공과 민간이 함께 지역 의료를 이끌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