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총장권한, 대통령에 바쳐…국아 이게 검찰개혁?”

입력 2020-07-29 11:22 수정 2020-07-29 12:15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우). 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검찰개혁위원회의 검찰개혁안 권고를 비판했다. 검찰개혁이 본 취지를 잃고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과 자율성을 해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진 전 교수는 29일 페이스북에 ‘조만대장경이 된 검찰개혁’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개혁위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분산 권고에 “법무부 장관이 총장을 패싱하고 지검장들을 지휘하게 된다. 문제는 지검장들의 임기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라며 “권력 비리 수사한 검사들이 줄줄이 좌천되지 않았냐. 그래도 총장은 임기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권력의 외압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 수가 있는데, 지검장들은 그 일을 못한다”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지검장들은 청문회도 안 거친다. (정권이) 말 안 듣는 이들은 자르고, 이성윤처럼 실력 없이 말만 잘 듣는 어용 검사들을 데려다 앉혀 놓을 것이다”라며 “한동훈처럼 실력 있는 검사들은 다 한직으로 밀려나고, 엉뚱하게 한 검사장을 ‘정치검사’로 비방하는 사골 검사나 성추행 2차가해나 즐기는 변태검사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을 요직에 앉힐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정권 입맛에 맞는 지검장들이 많아지면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이 약화한다는 취지다.

진 전 교수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이 이미 약화하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김영삼 정권 때는(차남) 김현철이 구속됐다. 김대중 정권 때는 아들 셋이 들어갔다. 이명박 정권 때는 형님이 구속됐다”며 “윤 총장은 그 시절엔 수사가 비교적 자유로웠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불가능해졌다. 요즘은 죄를 짓고도 투사 행세를 한다. 썩을 놈들이다”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 약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정적을 잡으려고 허위와 날조로 가짜 혐의를 뒤집어씌우고, 어용 언론을 통해 이를 대대적으로 흘려 혐의를 기정사실화하고, 조작된 여론에 근거해 법무부 장관이 수사를 명하고, ‘수명자’인 지검장이 사안을 군대처럼 처리하는 거다”라며 “자기들이 만든 수사심의위원회도 손보겠다고 하니, 앞으로는 수사와 기소에 제동을 걸 최소한 장치마저 사라질 거다”라고 적었다.

진 전 교수는 검찰개혁의 취지가 훼손됐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권력과 손잡고 산 권력에는 무딘 칼을, 죽은 권력에만 날카로운 칼을 댄 과거의 행태를 바로잡는 것이 개혁의 요체였다”며 “수사 방식이 어떻든 윤석열 검찰은 죽은 권력과 산 권력에 똑같이 날카로운 칼을 들이댔다. 하지만 정권은 ‘개혁’을 한답시고 검찰을 다시 자신들의 개로 만들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하는 짓을 봐라. 권력의 청부수사, 법리를 무시한 무리한 수사와 기소, 검언유착과 공작정치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은 조만대장경이 되어버렸다”며 “검찰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빼앗고, 총장 권한을 법무부와 대통령에게 갖다 바치는 것. 국아, 이게 네가 말한 ‘검찰개혁’이냐? 푸하하”라며 글을 맺었다.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검찰총장에 집중된 수사지휘권을 분산하고 검찰총장의 검사인사 의견진술절차를 개선해 법무부와 검찰, 검찰내부 권력 간의 견제와 균형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검찰청법 개정을 추진하고 현직 검사에서만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현재 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고'하는 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개혁위원회는 법무부 장관의 권한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영훈 검찰개혁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28일 TBS ‘김지윤의 이브닝쇼’에 출연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건 극히 예외적이다. 문민정부가 들어오고 나서 약 30년 동안 수사지휘권이 공식적으로 발동한 게 2번밖에 없다”며 “법무부 장관이 일상적으로 고검장에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도가 되고 있는데 굉장히 무리한 해석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미 검찰총장의 힘이 많이 빠져있는데 굳이 수사지휘권 폐지를 지금 왜 내놓느냐는 얘기가 들리는 거 알지 않느냐’라는 질문에는 “2018년 문무일 총장 시절에 송두환 위원장이 대검 검찰개혁위원회에서 총장의 수사지휘권 분산을 이미 권고했다. 거기에 기초해서 고심 끝에 안을 내놨다”며 장관과 총장이 평화로운 시기가 아니다. 대립과 갈등이 계속 1년 동안 해오던 시기이기 때문에 저희가 어느 때 내놨더라도 또 상황에 맞춰서 비판했을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