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세상]생각의 오류 점검하는 대화

입력 2020-07-29 10:49

P는 시무룩한 얼굴로 학교에서 돌아왔다. 수행 평가 발표를 해야 한다면서 밤을 거의 꼬박 세우며 준비를 했던 터라 엄마는 몹시 걱정이 됐다. 학교에서 발표를 잘못 했나? 과제를 완벽하게 하지 못한 경우 P가 몇 달 동안 무기력하고 우울해 하는 모습을 지켜봤던 엄마로서는 몹시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P : 오늘 괜히 발표를 했나 봐요.
엄마 : 무슨 일이니?
P : 내가 나를 바보로 만들었어요. 제가 발표할 때 너무 못해서 아이들이 모두 졸더라구요.... 내가 너무 바보 같아요.
엄마 : 그래, 네가 발표하는 동안 조는 걸 보고 너는 네가 발표를 너무 못해 아이들이 존다고 생각했구나?
P : 네.
엄마 : 그때 기분이 어땠니?(먼저 감정을 물어봐 준다)
P : 우울하고 창피했어요.
엄마 : 이제 이해가 되는 것 같구나. 내가 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만일 네가 발표를 너무 못해서 아이들이 졸았다고 생각했다면, 당연히 우울하고 창피한 기분이 들었을 거야. 아마도 두 번 다시 발표를 하고 싶지 않을 거고 말이야. [생각과 감정을 연결해 공감해줌]
P : 네, 맞아요.
엄마 : 헌데 네가 발표를 못해서 졸았던 것인지 어떤 건지 같이 생각해 볼까? 어때?
P : 그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별 도움은 안되겠지만. 한번 해보죠 뭐.....
엄마 : 너는 누군가 발표 할 때 졸아본 적이 있니?
P : 예.
엄마 : 그 사람이 너무 발표를 못해서 졸았었니?
P : 아니요. 하지만 그때는 제가 전날 잠을 못자서 너무 피곤했었을 때에요. 처음에는 안 졸려고 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졸리워서....
엄마 : 그랬구나. 그럼 너희는 이번 수행 평가를 준비하는 데 며칠이나 시간이 주어졌니?
P : 아휴 실제로 이틀 밖에 시간이 없었어요. 그 전엔 다른 평가가 있었거든요....
엄마 : 그래, 그래서 너도 전날 밤을 꼬박 세웠던 거구나. 그럼 다른 친구들은 잠을 푹자고 왔을까? (P는 자신의 생각을 의심하기 시작함)
엄마 : 발표는 몇 번째로 했어?
P : 거의 끝나갈 무렵 이었어요?(자신의 생각을 더 의심함)
엄마 : 네가 발표할 때가 몇 시 쯤 이었니?
P : 오후 한 2시쯤
엄마 :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었니?
P : 아니요....
엄마 : 너는 몇 시경 가장 졸립니?
P : .......(자신의 생각에 오류가 있음을 자각함)

사람들은 반복되는 생각의 오류에 빠지곤 한다. 그리고 이런 역기능적인 생각의 반복되는 습관은 지적해주고 설명해 준다고 교정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P의 엄마가 한 것처럼 ‘질문’을 해 줌으로써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P의 말에는 두가지 생각의 오류가 있다. ‘과잉 일반화’(아이들이 졸았다---->내가 발표를 못했다)와 ‘극단적 사고’의 오류 (발표를 못한다 –---> 나를 바보로 본다)가 그것이다. 이 두가지 생각의 오류는 P를 몇 달 동안 우울감에 빠뜨리고 무기력하게 만들곤 했던 거다.

첫번째 생각의 오류를 점검하는 질문방법을 오늘 살펴보았다. 두 번째 생각의 오류인 ‘극단적인 사고’에 대한 점검은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