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서민들이 살 수 있는 비교적 저렴한 아파트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서민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꿈은 점점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KB국민은행은 월간 KB주택가격동향을 작성해 29일 발표했다. 7월 서울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억1380만원으로, 처음 4억원을 넘어섰다. 국민은행이 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6년 1월 이후 가장 비싼 가격이다. 소형 아파트는 전용면적 40㎡ 미만을 기준으로 삼았다.
저가 소형 아파트는 주로 서울 외곽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지역에 있다. 지하철 역에서 멀고 지은 지 30년이 넘은 집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마저도 가격이 뛰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예로 준공 30년 된 도봉구 창동주공2단지 36.1㎡는 이달 4일 4억1000만원(14층)에 거래됐다. 신고가다. 5월 19일 3억5000만원(9층)에 거래된 이후 한 달 보름여 만에 6000만원 올랐다.
1987년 준공한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5차 31.9㎡는 11일 6억6000만원(2층)에 실거래 신고가 이뤄졌다. 지난달 10일 5억5000만원(2층)에 거래된 뒤 한달여만에 1억원 넘게 올랐다.
구로구 구로동 주공2단지 32.3㎡는 지은 지 33년 된 아파트다. 이 역시 13일 4억7800만원(10층)에 계약서를 써 연초 3억8500만원(4층)보다 1억원 가까이 올랐다.
이번 조사에서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7억18만원으로, 처음 7억원을 넘겼다. 중소형 아파트 기준은 전용 40∼62.8㎡ 이하다.
관악구 관악푸르지오 59.5㎡는 지은 지 16년이 지났다. 이달 6일 7억1000만원(19층)에 매매가 이뤄졌고, 10여일 뒤인 18일 7억8800만원(6층)에 계약됐다. 이 아파트 해당 평형은 이달 들어 벌써 10건 넘게 거래가 이뤄졌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3차 58.0㎡는 준공 33년째다. 이달 8일 7억1000만원(10층)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20년 된 관악구 두산아파트 59.9㎡도 이달 9일 8억7000만원(19층)에 매매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소형 아파트값 상승 속도는 대형 아파트값 오르는 속도보다 2배 이상 빨랐다. KB주택가격동향의 월간 면적별 평균 매매가격을 비교해보면 서울의 소형 아파트값은 지난해 말부터 7월까지 13.3% 올랐고, 중소형은 12.4% 상승했다. 이어 중형(62.8∼95.9㎡)은 10.0%, 중대형(95∼135㎡)은 9.4%, 대형(135㎡ 이상)은 6.2%씩 올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집값이 빠르게 오르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패닉바잉'(공황구매)에 나선 실수요자들이 소형 아파트라도 서둘러 매입하려 나섰기 때문”이라며 “소형 아파트에 전세를 낀 갭투자 수요까지 가세하며 중소형 아파트값이 오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