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 리스크’ 이상직 도당위원장 출마 강행…민주당서도 “부적절”

입력 2020-07-28 18:54

‘이스타항공 사태’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전북도당위원장 후보로 단독 출마했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의원이 “정권 재창출에 이바지하겠다”며 출마를 강행하며 민주당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로 가닥을 잡으며 이스타항공 직원 1600명이 실직 위기에 놓여있다. 여기에 이 의원의 편법증여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그의 도당위원장 취임을 반대하는 지역 여론도 증폭되는 모양새다.

민주당 전북도당은 이날 신임 위원장 후보자 접수 결과 이 의원이 단독 등록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선출되는 도당위원장은 지역에서 차기 대선과 지방선거를 이끄는 막중한 역할을 맡는데, 이 의원의 단독 출마로 합의 추대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 의원은 이날 전북도당위원장 후보 자격으로 전북도의회 기자실을 찾아 “창업주로서 전북도민과 임직원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도 출마 의욕을 내비쳤다. 그는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비행기를 다시 띄울 때인 만큼 최선을 다해 돕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이스타항공에 제기되는 자금조달 및 자녀 편법 증여의혹 등 각종 논란에는 “국회의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재임하며 경영에서 비켜서 있었다”며 책임 회피성 발언을 내놓았다.

당초 전북도당위원장 경선은 이 의원과 김성주 의원의 2파전 양상이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며 이 의원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 의원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가족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을 모두 헌납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제주항공의 인수 무산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도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의원과 김 의원은 단일화를 위해 수차례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27일까지만 해도 본인을 둘러싼 의혹에 부담을 느끼며 후보 등록 포기 의사를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막판 고심 끝에 도당위원장 출마로 입장을 바꿨고, 전국 시도당위원장 중 유일한 경선 구도가 되자 김 의원이 경선 대신 불출마 결정을 내렸다. 다음달 9일 상무위원회와 중앙당 당무위원회, 최고위원회 인준을 거치면 이 의원이 도당위원장으로 최종 확정되는 것이다.

당내에선 이 의원의 도당위원장 단독 출마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최근 부동산 이슈,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등으로 당이 어려움을 겪은 상황에서 ‘이스타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의원이 도당위원장으로 나선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기류가 있다. 당 관계자는 “이 의원이 지금 물러나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럼에도 과연 도당위원장 출마가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 인사도 “아직은 당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지만 논란이 계속 커지고 있는 것은 맞다”며 우려했다. 한 중진의원은 “이 의원의 출마를 말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 의원에 대한 여러 민원이 들어오고 있어 상황이 좋지 않다”고 했다. 한 의원은 “산자위 간사를 하려다 무산되니 이제와서 전북도당위원장을 하겠다고 나선 것 아니냐”며 “본인이 더 큰 자리로 나아가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적절치 않은 처신”이라고 꼬집었다.

지역에서도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 등 도내 3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전북민중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고 “경제사범인 이 의원을 도당위원장으로 추대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이스타항공 지배와 자녀 편법증여 등 온갖 불법이 밝혀진 인사가 집권 여당 전북 대표로 단독 추대됐다”며 “이를 알고도 그를 공기업 이사장으로, 국회의원 후보로, 지역당 대표로 추대하는 청와대와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후안무치가 근본적 문제”라고 비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