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호주의 대형 산불로 약 30억 마리의 동물들이 죽거나 서식지를 잃었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이번 연구를 의뢰한 세계자연기금(WWF)은 “현대 역사상 가장 끔찍한 야생동물 재해”라고 평가했다.
산불은 지난해 9월부터 5개월간 계속됐으며 호주 전역에 걸쳐 영국 전체 면적과 맞먹는 약 1146만 헥타르를 불태웠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포유류, 파충류, 새, 개구리들은 불길에서 탈출하지 못하거나 서식지를 잃고 무수히 목숨을 잃었다.
과학자들은 지난 1월 피해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뉴사우스웨일스와 빅토리아에서만 12억5000만 마리의 동물이 죽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최종 피해는 과학자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동료 대학교수 10명과 이번 조사를 진행한 크리스 딕만 교수는 “야생동물 30억 마리가 불길에 휩싸였다면 상상이 가는가. 정말 거대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숫자”라고 말했다.
이 수치는 재난 이전의 동물 밀도 추정치에 근거한 것이다. 딕만 교수는 식량과 대피소가 부족해서 피해 동물들이 생존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호주 정부는 산불 발생 후 ‘긴급한 도움(urgent help)’이 필요한 113종의 동물을 지정했다. 이 목록에 있는 동물들은 호주 남부와 동부의 온대림과 초원 서식지의 최소 30%를 잃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코알라와 왈라비들은 물론이고 통계에서 누락된 새, 물고기, 개구리 종들도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호주 정부는 왕실 조사위원회를 열고 화재 피해를 조사 중이며 그 결과를 오는 10월 발표할 예정이다.
조사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산불의 빈도 및 피해규모가 갈수록 심각해진다며 이는 기후변화의 악영향 탓이라고 분석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